『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장형윤 감독 인터뷰, “이래도 내가 좋아?” “그래도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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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장형윤 감독 인터뷰, “이래도 내가 좋아?” “그래도 네가 좋아.”

 

“내 이름은 우리별 1호. 무게 48.6kg, 나는 인공위성이다.” 가난한 인디 뮤지션 경천 앞에 갑자기 나타난 소녀의 정체는 인공위성. 발에서 뿜어내는 불꽃으로 하늘을 날고, 사람이 아닌 것을 자랑하듯 로켓 팔을 날린다. 인공위성 소녀 일호가 만난 소년 경천도 평범하지만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대에서 건반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음악가였지만, 지금은 얼룩소일 뿐이다. 인공위성과 얼룩소라는 두 남녀의 만남은 엉뚱하기 그지없어 두 사람이 이어질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탐색하게 하지만, 경천은 말한다. “그래도 네가 좋다”고.

 

 

장형윤 감독과 두루마리 휴지 마법사 멀린.

장형윤 감독과 두루마리 휴지 마법사 멀린.

 

 

INTERVIEW

 

-인터뷰하고 있는 곳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만든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 돼’다. 독특한 이름인데 무슨 뜻인가.

애니메이션 시장이 어렵다보니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나중에 돈 벌어서 취미로 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반복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 ‘지금이 아니면 안 돼’였다. 정말로 지금이 아니라 나중이 되면 못 할 것 같았다.

 

-전공은 정치외교학과다. 애니메이션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뛰어든 이유는 뭔가.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아주 어렸을 때는 소위 말하는 건담 오타쿠였고 조금 커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고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고, 음악도 다루니까.

 

-지금까지는 <어쩌면 나는 장님일지도 모른다>(5분), <TEA TIME>(4분), <편지>(10분) 등 단편 위주의 작품을 해왔다. 단편작업의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단편이든 장편이든 뭐든 하면 힘든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게 가장 체질에 맞다. (웃음) 단편 애니메이션도 생각보다 제작기간이 오래 걸린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0분 정도의 단편을 만드는 데에도 1년 이상 걸린다. 그렇게 완성해도 영화제가 아니면 상영할 곳이 마땅치 않다. 영화제에서 모든 작품을 상영해 주는 게 아니니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영화제 스크린에도 올릴 수 있다.

 

-단·중편 작업만 하다가 이번에 개봉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통해 장편으로 데뷔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에 도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적응하기 어려웠다든가.

잘 맞혔다. 적응하기 어려웠다. (웃음) 단편은 몇 번 만들다보니 이야기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을 이렇게 배치하면 재밌겠지, 이쯤에서는 관객들이 이런 감정을 가질 거야, 라는 감이 있다. 그런데 1시간 20분짜리 장편이 되니까 이야기의 호흡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제작기간이 5년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5년 중 3년이 제작비를 모으는 시간이었다. 투자나 지원이 잘 안 되다보니 ‘작품의 매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오래 썼다. 바꿔 말하면 제작비가 없기 때문에 다른 일을 진행할 수 없어 시나리오를 바꾸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 애니메이션이 같은 이유로 제작기간이 길어지는 것일 테다. 처음부터 제작비를 갖고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시작했으면 더 많은 애니메이터를 모아 좀 더 빨리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자본의 문제다. 1,600억 원이 들어간 <겨울왕국>과 7억 원을 들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영화관에서 같이 경쟁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고.

 

-(인터뷰일 기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개봉이 내일이라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첫 장편작품이 극장에서 개봉하는 기분은 어떤가?

기대 반, 불안 반이다. 시사회를 할 때도 관계자들이 재밌게 볼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개봉은 관객들이 재밌게 보는 것 외에도 다른 걱정이 있어서 신경 쓰인다. 상영관 배정을 오전 8시 30분, 11시, 12시 같은 시간대로 배정 받았다. 오전반이다. (웃음) 오전에만 상영하면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걱정이 든다.

 

 

오! 인디풀 영화제 트레일러

 

 

-인터뷰 자료를 정리하다가 2008년에 작업한 <오! 인디풀 영화제 트레일러>를 봤는데 놀랍도록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와 닮은 부분이 많았다.

이미 그때 로켓 팔이 날아가거나 소녀가 하늘을 나는 설정은 갖고 있었다. 다만 이야기로 완성이 되지 않았을 뿐.

 

-평소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쭉 써내려가는 편인가, 장면을 먼저 떠올린 후 이야기를 덧붙여가는 편인가.

후자다. 장면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넣고 싶은 장면과 컨셉 등을 만들어놓고 시나리오 작업에서 만들어 둔 요소들을 엮는다.

 

-원래 영화 제목은 <내 여자친구는 얼룩소>였다고 들었다. 여자친구가 얼룩소였다가 지금은 남자주인공인 경천이가 얼룩소가 되었다. 어떻게 된 건가.

말 한대로 제작지원이 쉽지 않다보니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계속 바꿨다. 여자친구가 얼룩소일 때는 평범한 남자와 얼룩소 소녀의 완전한 연애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관객층이 여성으로만 한정됐다. 액션 장면을 넣어 남성 관객층을 이끌고자 하니 딱히 액션을 넣을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액션이 스며들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다 지금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에는 자판기로 환생한 무림고수, 에는 소설 쓰는 늑대가 등장한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에는 자판기로 환생한 무림고수, <아빠가 필요해>에는 소설 쓰는 늑대가 등장한다.

 

 

-‘변신’과 ‘동물’이라는 요소는 장형윤 감독의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에서는 무림고수가 자판기로 환생(변신)하고, <아빠가 필요해>의 주인공은 소설을 쓰는 늑대다. 사람의 이야기를 사물이나 동물로 바꿔서 전달하려는 이유가 있나.

현실과 판타지가 겹치는 데서 오는 재미를 좋아한다. 보통사람과 동물, 혹은 보통사람과 의인화된 캐릭터가 만나면서 생기는 간극과 아이러니를 찾는 게 즐겁다.

 

-홍대, 낙산공원 등 실재하는 배경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렇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곳에서 판타지를 구현하고 싶었다. ‘배경’이라는 것이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작품 중에 마음을 잃은 사람을 태워버리는 ‘소각자’와 동물의 간을 사냥하는 ‘오 사장’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정체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두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듣고 싶다.

처음에는 소각자와 오 사장이 주인공 경천과 대립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많아 두 캐릭터를 하나의 세력으로 합칠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오 사장이 거대 조직의 보스로서 로봇인 소각자를 부리는 위치가 되고, 오 사장을 따르는 소각자 이외의 부하들도 등장시켜야 할 것 같아 그만뒀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야기에서 두 캐릭터는 청소하는 소각자와 사채업자 오 사장으로 따로 존재한다.

오 사장은 동물의 ‘간’을 빼서 돈을 버는데, 나는 간을 사람의 노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간 때문이야~”라는 노래도 있지 않나. (웃음) 우리나라는 등록금에 비해 인건비가 굉장히 싸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등록금을 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고작해야 내가 쓸 정도의 생활비를 버는 게 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봤을 때 청년들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전반적으로 발랄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돈 없는 뮤지션 경천이의 모습을 보면 씁쓸한 20대의 삶이 조금씩 묻어난다. 갑자기 얼룩소로 변한 것도 서러운데 월세도 밀렸고.

처음에는 88만원 세대의 고충을 그린 이야기를 펼치려고 했지만, 여러 차례의 시나리오 수정을 통해 사회적 화두가 드러나는 부분은 많이 들어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보러온 아이들에게는 어렵고, 어른들은 이미 많이 본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시나리오를 얘기하자면 동물로 변한 사람들이 더 많이 등장했고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었다. 주식투자를 했다가 실패하거나, 취업원서를 여러 번 냈는데도 취직이 되지 않았다거나. 경천이가 얼룩소로 변하고 난 뒤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자신의 몸이 갑자기 동물로 변한 이유를 찾다가 ‘갑동사’라는 카페를 발견한다. 갑자기 동물로 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웃음) 갑동사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다른 동물들에게 마법사나 소각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설명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지루하다는 평이 있어서 편집하면서 잘라냈다.

 

-문득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관객층이 궁금해진다. 몸개그와 판타지 설정을 보면 아이들을 위한 작품인가 싶다가도, 20대 경천이의 삶을 비롯하여 얼룩소가 우유를 짜는 성인(?)개그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어른을 위한 작품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내 애니메이션을 보는 관객은 여중·고생부터 30대 초반의 여성까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관객층만을 노리고 극장 개봉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앞서 말했듯 애니메이션 영화는 보통 오전에만 상영되기 때문이다. 회사나 학교에 있는 성인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결국 내가 원하는 관객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볼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오전 시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아이들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넣었다.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젊은 엄마들도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동화

 

 

-주인공 경천과 일호의 목소리 연기를 배우 유아인과 정유미가 맡은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을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정유미 씨를 만났을 때 “어떻게 작품에 나오게 된 거예요?”하고 물었더니 “시나리오 주셨잖아요!”라고 하더라. (웃음) 사실 시나리오를 줘도 중간에 매니지먼트가 있기 때문에 배우에게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시나리오는 운이 좋게도 배우에게 들어갔고, 정유미 씨는 “멀린이 재밌다”며 영화를 선택했다. 유아인 씨에게는 정유미 씨가 같이 하자고 말을 꺼낸 거고.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출연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나서기 쉽지 않았겠지만, 고맙게도 두 사람이 목소리 연기를 하겠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두 배우의 목소리 연기에 대한 평을 듣고 싶다.

베스트였다. 두 사람 다 오랫동안 연기를 했고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련이 된 사람이기 때문에 녹음실에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잘 소화했다. 특별한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웃음) 실사영화와는 다른 후시녹음이다 보니 그림에 맞게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기 같은 동작에서 “헥헥, 헉헉” 같은 소리를 일부러 만들어야 하는 차이 정도는 있었지만.

 

 

에 등장하는 놀이터는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에 등장하는 놀이터는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기사를 통해 ‘<마당을 나온 암탉>을 잇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글귀를 봤다. 혹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목표는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200만 관객인가. (웃음)

200만 관객은 나도 돌파하고 싶다. (웃음) 일단 바라보고 있는 목표는 20만 명이다. 막연하게나마 살짝 더 기대를 담는다면 50~60만 명이 봤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흥행 성적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웃음) 흥행에 성공해서 다음 작품 제작투자를 빨리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준비 중인가.

준비는 안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웃음) 2005년에 만들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를 장편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연애 이야기라면 다음 작품은 가족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번 작품처럼 5년씩 걸리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고 3년 안에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고 있는 독자들을 마음껏 극장으로 유혹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다.

이벤트라도 한다고 해야 하나. (웃음) 주요 관객은 엄마들이 될 것 같다. 5살 이상의 아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테고, 함께 온 엄마도 좋아할 수 있는 예쁜 사랑 이야기니 많이 보러오셨으면 좋겠다.

 

[stextbox id=”info” image=”null”]* 2월 20일 개봉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2월 24일까지 26,319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2014년 2월 20일~2014년 2월 24일 기준)[/stex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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