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라 바이』의 박경은 인터뷰, 한 가족의 이야기, 한 나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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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이야기, 한 나라의 이야기

<얄라 바이>로 한국의 문을 두드린 박경은

 

만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레바논 남부로 여름휴가를 떠난 조세프의 가족은 그곳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전쟁을 맞닥뜨리게 된다. 프랑스에 홀로 남은 조세프는 가족의 안부를 전화로만 확인하며 자신이 알던 곳이 폭격당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작품의 제목 <얄라 바이Yallh Bye>는 “자, 그럼 이제 안녕”이란 뜻으로 레바논에서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이다. 조세프는 무력하게 가족들과 “얄라 바이”를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평범한 왕>이란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린 박경은은 재불在佛 만화가다. 프랑스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던 그가 국내 독자들에게 문을 두드렸다. 프랑스 국립도서센터centre national du livre에서 사전제작지원을 받아 작업하고 있는 <얄라 바이>를 한국의 문예만화잡지 <이미지 앤 노블>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리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프랑스에서의 그의 작품 활동과 최근작 <얄라 바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얄라 바이 2

<얄라 바이> – 조세프 사피에딘 & 박경은, 이미지 앤 노블
갑자기 시작 된 포격에 정지한 사람들. 설상가상, 폭탄을 피할 방공호에 갈 수도 없다.

 

 

레바논 내전은 생소한 주제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 시절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TV프로그램이 뉴스였는데, 당시 석유문제와 관련해서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중동 얘기가 많이 나왔다. 어린 마음에 “저 나라는 왜 저렇게 싸울까” 궁금했다.

 

<얄라 바이>는 시나리오 작가 조세프 사피에딘과 협업 한 작품으로 조세프의 경험담이 바탕이 됐다고 들었다.

나는 프랑스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프랑스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원하는 것,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프랑스에서 작업을 하며 항상 하는 생각은 “내가 프랑스에 있는 한국 작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스스로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된 적도 있다. “프랑스, 한국을 떠나 좋은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아주 많다. 그렇다면 내가 그 작가들과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그러던 중 우연히 레바논 사람을 아버지로 둔 시나리오 작가와 연결이 됐다. 그의 연락을 받았을 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프랑스에서 작업하지 않았다면 레바논 사람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없을 것 아닌가.

 

확실히 아무나 잡을 수 없는 기회다. 이제 그 기회를 이야기로 푸는 일이 남았다.

요즘엔 세계화가 많이 진행되고 인터넷이 활발해져서 국제적으로 통하는 코드가 비슷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고 한국의 독자와 프랑스의 독자가 궁금해 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니 “주 독자층을 어디로 잡아야 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은 것인가”다. 레바논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는 레바논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프랑스에는 레바논 이민자가 굉장히 많다. 레바논이 프랑스 보호령이었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이나 접할 수 있는 빈도가 한국과 다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독자의 배경지식 정도에 따라 연출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박경은 작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박경은 작가

 

생소한 나라의 이야기 일 수 있는데 한국 독자에게는 와 닿기 힘들지 않을까.

레바논의 전쟁이 한국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레바논 전쟁 당시 우리나라가 레바논에 지원군을 파견했다. 그 도시가 지금 내가 만화를 그리고 있는 도시의 배경이다. 전쟁 이후엔 박노해 시인이 레바논에 가 인터뷰한 책을 출간한 적이 있어 그리 생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박노해 시인의 인터뷰는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한국의 <이미지 앤 노블>에 <얄라 바이>를 연재하게 됐는데 어떤가.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만화 속의 등장인물에 내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지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야 독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미지 앤 노블> 연재분에는 주인공 조세프의 가족이 레바논 남부로 휴가를 떠난 중 전쟁이 발발한다. 프랑스에 혼자 남은 조세프는 가족의 안부를 전화로만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가족이 걱정되어 전화한 나에게 어머니는 “별 것 아니니 걱정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조세프의 아버지도 그렇게 얘기한다. 부모님들 다 똑같더라.

 

 

얄라 바이 3

<얄라 바이> – 조세프 사피에딘 & 박경은, 이미지 앤 노블
금방 조용해질 것이라 믿지만 그들에게 펼쳐질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얄라 바이>는 한 나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 가족의 이야기다.

나도 한 가족을 이루어 이민 1세로 살고 있으니 이 이야기가 더 각별한 것 같다.

 

독자들이 이 이야기에서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는가.

지금의 레바논 땅은 1차 대전 이전까지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점령당해 있었다. 영국은 아랍의 민족주의자들을 설득해 반 오스만 투르크 투쟁을 시작하게 했다. 영국은 수복한 땅을 아랍민족주의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아랍 민족주의자들이 승리하자 약속을 어기고 이 땅을 영국과 프랑스가 반으로 나눠 가졌다. (이상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내용) 수복된 땅의 일부였던 레바논이 이 와중에 프랑스의 보호령이 된 것이다. 레바논의 역사는 이렇듯 보호령, 내전, 외세의 영향 등으로 어지럽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비슷한 역사’다. 더 구체적으로는 역사의 오류이자 사람들의 잘못이 시대와 장소를 떠나서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한국의 역사와 비슷한 면이 많다.

비단 우리나라나 레바논뿐만이 아닌 베트남, 아일랜드 등 다른 나라의 모습과도 겹친다. 역사적 과오는 되풀이된다. 만약 그들이 다른 아랍 세력과 뭉쳤다면 레바논은 내전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적, 사회 계급적인 문제 등이 겹치며 양 세력 간의 전쟁으로 발전하였다. 이념적인 분쟁도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은 위기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시선이 국내에만 머물 게 아니라 세계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볼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보고 이해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잘 이야기하지 않던 중동으로 관심을 돌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을 둘러싼 관계를 이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얄라 바이 1

<얄라 바이> – 조세프 사피에딘 & 박경은, 이미지 앤 노블

 

새로운 시도인 만큼 어려운 부분도 많겠다.

현재 단계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하든 안 하든 배운 게 많고 후회는 적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 한국에 <얄라 바이>의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도 구상중인데 이번 작품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작업을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프랑스에 있다고 해서 프랑스 사람은 아니다. 한국에서 25년 넘게 살았고, 한국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관심 가지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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