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MAN #06 르 타블로(Le tableau,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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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타블로(Le tableau)』, Jean-Francois Laguionie, 2011, 프랑스, 76분

『르 타블로(Le tableau)』, Jean-Francois Laguionie, 2011, 프랑스, 76분

 

 

미완성 그림들의 ‘화가 찾아 삼만리’

빨려 들어가듯 이야기는 액자 속 하나의 그림에서 시작된다. 어두운 수풀에 한 남녀가 서로를 포옹하고 있고, 수풀 너머로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성이 불을 밝히고 있다.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남녀들이 성 아래 추격전을 하나의 여흥으로 삼으며 서로의 색상을 칭찬한다. 성 아래에는 무채색의 스케치 하층민들이 앞서 달아나고 있고, 화려한 색깔의 귀족들이 사냥하듯 그들을 뒤쫒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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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림의 완성도로 계급이 결정되는 별난 세계가 있다. 완전히 채색된 존재 귀족 ‘투팡'(the Toupins), 일부 채색이 부족한 평민 ‘파피니'(the Pafinis), 마지막으로 채색은 시작도 못한 초벌 스케치인 하층인 ‘러프'(the Reufs)가 살아가는 세계 『르 타블로(Le tableau)』. 이 세계에는 오직 성과 숲만이 존재하고 모두가 성에서 살아가는 귀족 ‘투팡’의 삶을 동경한다.

그런 세계에 길들여 지지 않은 세 사람이 있었으니, 하나는 파피니 여성과 사랑에 빠져 화가를 찾아나서는 투팡 ‘라모’, 다른 하나는 막연히 숲 너머의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파피니 ‘롤라’, 마지막은 친구를 잃고 이 세계에 진절머리가 난 러프 ‘플럼’이다. 각자의 이유로 셋은 투팡의 추격을 피해 성과 숲이 전부인 세계를 등지고 화가를 찾으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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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이자 비밀 통로, ‘숲’

도망친 세 명이 처음 마주하는 난관은 세계의 끝 ‘숲’이다. 『르 타블로』는 미지의 영역이자 죽음의 영역인 숲을 묘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숲 = 세계의 끝 = 죽음’이라는 편협한 세계관을 전진 배치하고, 숲을 대하는 인물들의 감정변화에 따라 숲의 색과 질감을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모험이 시작할 때의 ‘결연한 숲’과 여정을 마치고 재회하는 ‘만남의 숲’의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숲은 두려움, 기회, 환희, 위로 등 모든 것을 포용한다. 정말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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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라모, 플럼 일행은 그 숲을 통해 그림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림 밖에서 수 많은 다른 그림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난 다른 그림 속 세상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끝없는 전투만 수행하는 전쟁터, 그 세계를 바라보며 롤라는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는 모른 채 각자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함을 깨닫는다. 화가가 사랑한 도시 ‘베니스’에 도착해서 만난 축제 행렬도 마찬가지. 모두 즐겁지도 않지만 그저 일로서 역할을 수행할 뿐이었다.

 

 
“아저씨를 누가 그렸는지 알고 싶어요!”

연인의 초상, 광대, 화가의 자화상 등 화가가 그린 그림들과의 대화를 통해 일행은 화가의 행방을 추적한다. 도중에 미완성의 습작들과 어두운 방 한 켠에 쌓여있는 찢겨진 캔버스를 마주하며 화가에 두려움도 느끼기도 한다. 일행은 긴 여정을 통해 진짜 화가는 아니나 화가가 그려낸 수 많은 화가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막힌 해법에 도달한다. 바로 스스로가 화가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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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숲과 성의 세계. 성에서 투팡 라모와 그의 연인을 흑색으로 덧칠하는 사형집행이 막 진행되려는 찰나, 모든 색을 완성한 화려한 색색의 파피니와 러프들이 숲에서 나타난다. 귀족인 투팡들은 전에 없던 아름다운 색상들에 이끌려 그들에게 다가가고 아무 말 없었다는 듯 평등한 관계로 돌아간다. 색상이 권력인 세계에서 모든 이에게 색상을 돌려주는 과정을 통해. 투팡 라모는 연인인 클레어의 얼굴을 직접 채색해주고, 롤라는 아무 말 없이 숲과 성의 세계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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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누구도 진짜 화가는 보지 못했다. 롤라는 ‘화가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림 밖으로 다시 나가고, 이제는 화가의 방도 벗어난다. 롤라의 눈 앞에 색상만으로 묘사할 수 없는 실사의 세계가 펼쳐지고 그녀는 결국 진짜 화가를 만나게 된다. (이 부분이 작품을 무엇보다 특별하게, 동시에 진부하고 교훈적으로도 만든다) 롤라는 화가와 알듯 말듯한 대화를 주고 받고는 세상 밖을 향해 걸어 나간다.

『르 타블로』는 모든 그림이 평등하다거나 각각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식의 뻔한 메시지를 재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 여정을 통해 질문은 변하고, 어떤 답은 미완인 채로 그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이 점이 근사하다. 열린 결말은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각자의 숲과 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롤라는 신을 만나게 될까?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클로징을 통해 우리도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우리의 숲과 성, 그리고 화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샤갈, 모딜리아니, 피카소, 마티스

작품은 세 사람의 이야기 외에도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특히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르 타블로』에서 수많은 샤갈, 모딜리아니, 피카소, 마티스를 만날 수 있다. 장 프랑수아 라귀니 감독이 동시대를 살아간 당대의 화가들의 주인공들을 모아 놓고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만으로도 어벤져스도 울고 갈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유화의 묵직함, 과감한 색감, 불어의 달콤함이 함께 버무려져 있어 말이 필요없는 최고급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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