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촉구 #02 츠게 요시하루つげ義春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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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된 것은 동경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금공장 직원보다 나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전직했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동시에 선원으로 전직할까 했었으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지요. 어디까지나 만화는 그냥 직종 중 하나였을 뿐이고 특별한 거란 생각은 없었어요. 책을 만드는 것이 무슨 지적산업인 것 같지만 당시 대본출판의 현장이라는 것은 가내수공업으로 어린아이 장난감을 만드는 것과 비슷했지요. 원고에 식자를 붙여 넣는 것도 출판사 근처의 아줌마가 부업으로 하고 그랬으니 종이연극 세계랑 비슷했지요. 그러니까 저도 좀 그림을 그릴 줄 알아서 전직했을 뿐이지요. 그 감각이 계속 이어져 만화가 안 되면 헌책방이나 골동품 가게로 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앞으로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웃음).”

 

_츠게 요시하루 인터뷰 중에서

 

 

 

 

re-츠게 요시하루 나사식

국내에 유일하게 소개된 츠게 요시하루의 작품, 『나사식(ねじ式, 1968)』

 

 

츠게 요시하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순전히 음울한 리얼리즘 때문이었다. 냉소도 기교도 없이, 그냥 직시할 뿐이다. 그게 마음에 남는다. 많은 작품이 있지만 접한 작품은 몇 안 돼 아쉬운 마음에 ‘출간촉구’에 글을 쓴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츠게(쓰게) 요시하루(つげ義春)’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자료가 나올 것이다. 도쿄 출신 1937년생으로 만화잡지 가로(ガロ)¹에서 활약, 1970년대 전반 발표한 작품들이 초현실적인 작풍이 호평을 받아 열광적인 팬들을 거느렸다.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새만화책 2권에 수록된 『나사식(ねじ式, 1968)』 뿐이라고 하는데 덕 많으신 분들의 무상 번역으로 몇 작품들이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게시돼 있으니 참고하시길.

 

 

re-츠게 요시하루 붉은 꽃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붉은 꽃(紅い花, 1967)』.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본 만화계에서는 테즈카 오사무 버금갈 대작가로 존경받는 작가인 만큼 사생활도 꽤 알려져 있는 편인데, 만화가 츠게 타다오가 친동생이며 여배우 출신의 그림책 작가 후지와라 마키와 결혼해 1999년 사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폐적인 성향이 강했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려했으며 남들의 주목을 받으면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는 적면증을 앓았다고도 한다. 소학교 시절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할 때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 발바닥을 면도날로 긋고 학교를 쉬었다는 일화만 봐도 그의 성격이나 작풍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츠게 요시하루를 여기 재차 소개하는 이유라면, 과거의 유명 작가라서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의 만화가 생명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만화임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데, 독자를 교묘하게 이끌어 결말에 맞닥뜨리게 하고 마지막 장면 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기술은 지금에 와서 봐도 흥미롭다. 『겐센칸주인(ゲンセンカン主人, 1968)』에서는 분열된 자아를 찾아가는 술래잡기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아내가 아끼던 문조를 잃은 생활담 『치코(チーコ, 1966)』의 애매한 해피엔딩이나 살인범이 우주 항해 중에 괴로운 최후를 맞는 『우현의 창( 右舷の窓, 1965)』의 권선징악은 마치 뭐라도 먹다가 체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과 별개로 그 시절의 작화도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사각의 컷과 동그란 말 칸, 소박한 펜 선에서 고풍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츠게 요시하루 리얼리즘 여관

『리얼리즘 여관(リアリズムの宿, 1973)』

 

 

츠게 요시하루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역시 『나사식(ねじ式, 1968)』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열일곱에 츠게 요시하루의 『나사식』을 만난 것이 만화가가 된 계기가 됐다”는 아사노 이니오²외에도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만화가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만화계뿐만 아니라 화가, 문학가, 배우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1998년 이시이 테루오 감독으로 아사노 타다노부와 나카타니 미키 주연의 영화도 제작됐다. 분석 및 평론한 텍스트도 많은데 만화 자체는 흥미롭지만 구구절절 설명한 글들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한다.

내가 읽어본 작품 중에 가장 인상적인 츠게 요시하루 작품을 꼽는다면 『나사식』보다도 『리얼리즘 여관(リアリズムの宿, 1973)』이다. 국내서는 <후나키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를 본 기억도 겹쳐지는데, 감독이 <린다 린다 린다>로도 잘 알려진 야마시타 노부히로다. 이것 외에도 츠게 요시하루가 은퇴한 90년대 너댓 편의 영화가 제작됐고 TV에서도 무려 12화 분량의 단막극 시리즈를 방영하기도 했으니 영상 미디어를 통해 팬이 더 늘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대표작으로 알려진 『붉은 꽃(紅い花, 1967)』이나 『연못(沼, 1966)』 등에서는 서정성이 두드러지니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1953년 데뷔부터 1987년 은퇴까지 무려 130여 편에 달하는 그의 발표작들을 좀 더 즐겨보고 싶은 분 혹시 없는지… 있어도 작가가 해외출판을 원하지 않아 출판물로 국내에서 볼 수 없겠지만 언젠가 먼 훗날엔 가능하리라 희망하면서.

 

 

 

 

 

1. 가로

1964~2002년 간행된 일본의 대안만화잡지. 우치다 슌기쿠, 시라토 산페이 등 개성적인 실력파 작가를 다수 배출했다.

 

2. 아사노 이니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일본의 만화가. 주요 작품으로 『잘 자라 뿡뿡』, 『소라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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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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