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그맛, 병맛 #01 본격 혀가 짧아지는 만화, 『하푸하푸』의 꿀때징 인터뷰

1

 

‘1 더하기 1은 귀요미’라며 귀요미송을 시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손등에 힘줄이 팟하고 서버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혀를 반 토막 낸 ‘나 머그꺼얌?’, ‘쯋쯋’을 시전하는 『하푸하푸』에게는 한방에 녹다운당했다. 기승전쯋쯋이라 불릴 정도로 황당해서 스크롤을 내리다 잠시 당황한 적도 있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의 혀 짧은소리를 따라해 보면 별다른 전개 없이 ‘쯋쯋’으로 마무리 되는 『하푸하푸』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 딱히 병맛만화를 노린 것 같진 않지만, 캐릭터들의 일관 된 병맛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입보다는 코로 먼저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상귀요미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상남자라니…남자라니! 그를 만나게 된다면 으레 하는 질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어째서 이런 만화를 그리게 됐냐고 꼭 묻고 싶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둥글둥글해서 귀엽고, 혀가 짧아서 행복해 보이는 『하푸하푸』 속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면 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병맛인듯 병맛 아닌 병맛같은 너~”

 

 


 

본격 혀가 짧아지는 만화 『하푸하푸』의 주요 캐릭터인 꾸꼼(북극곰), 귄귄(펭귄), 하푸(하프물범).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1차 귀여움을 어필!

본격 혀가 짧아지는 만화 『하푸하푸』의 주요 캐릭터인 꾸꼼(북극곰), 귄귄(펭귄), 하푸(하프물범).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귀여움을 어필!

 

 

– ‘『하푸하푸』의 작가 꿀때징이 실은 남성이다!’라고만 밝혀도 꽤 놀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 사실 남성이라는 것도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네이버 도전만화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 예비군 훈련 때문에 업로드를 못 하게 되어 공지를 띄웠는데, 수많은 독자가 충격에 빠져서 저 역시 충격이었습니다. (당연히 작가가 남자일 거라 알고 계실 줄 알고 있었음…) 덕분에 많은 팬들이 떠나셨다는 후문…은 농담이고, 저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납세의 의무까지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어엿한 대한민국 남성입니다!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귀여운 것은 그다음으로 좋아하며 나름대로 상남자라 자부하며 살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극히 인정 못 하겠다는 풍토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렇게 믿으면 그게 사실이지요!

 

– 상남자의 귀여운 만화,『하푸하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가요.

= 처음에는 마냥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귀여운 거 보기는 좋아해도 그려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뭘 그려야 할지도 감조차 안 잡혀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을 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동물이 바로 하프물범이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 누가 걸어 놓은 건지는 몰라도 복도에 거대한 하프물범 사진이 떡 하니 걸려있었거든요. 2년 내내 그 하프물범을 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프물범 사진들을 찾아서 이리저리 그려보는데 도무지 하프물범의 귀여운 맛을 살리기가 힘들었어요. 사진으로는 앙증맞은 수염이 그려놓고 보면 흉물스러워지고 울퉁불퉁 귀여운 굴곡도 그려놓으면 징그러워지고… 이래저래 며칠 간 하프물범 그리는 데 정신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아무 생각 없이 원을 그리는 데 그날따라 기가 막히게 원이 잘 그려졌어요. 그래서 지우기 아까워 그 원에다 무언가 그려 넣을까 하다 눈 코 입을 그려 넣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하푸는 탄생하게 되었죠.

 

하푸와 그의 친구들인 꾸꼼, 귄귄이가 사는 꽁꽁해. 북극에서 가장 꽁꽁 언 곳이라 꾸꼼이가 셔플댄스를 춰도 버틸 수 있다고!

하푸와 그의 친구들인 꾸꼼, 귄귄이가 사는 꽁꽁해. 북극에서 가장 꽁꽁 언 곳이라 꾸꼼이가 셔플댄스를 춰도 버틸 수 있다고!

 

– ‘애교가 부족할 때 보세요. 본격 혀가 짧아지는 만화’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실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 혀 짧은소리를 내고 있고, 작품의 굉장한 포인트인데 이런 혀 짧은 대사를 쓴 이유가 있나요.

= 『하푸하푸』의 특성을 확실하게 어필하는 아주 훌륭한 문구여서 지금도 다음 만화 속 세상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캐릭터를 정하고 만화 그리기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처한 난관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 만화가 너무 많다’였습니다. 물론 작가님들의 훌륭한 솜씨로 빚어진 귀여운 동물 만화들은 각각의 개성이 뛰어났지만, 별 볼 일 없는 실력의 제가 그리기엔 어떻게 그리든 캐릭터만 다르지 거기서 거기인 흔한 동물 귀요미툰 이었어요. 그래서 또 침대에 뒹굴면서 머리를 굴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마법의 침대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라꾸라X 침대에서 마법을 체험 해 보세요, 단돈 49,900…) 그러다 번뜩 든 생각이, 귀여운 캐릭터와 귀여운 행동은 많아도 ‘귀여운 말투’는 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창적인 귀여운 말투도 찾기 힘들었어요. 너무 유행어를 의식하면 어색해지고 과도하게 귀여운 말투를 의식하면 주먹을 부르는 험난한 과정에서 생각해 낸 것이 어린아이들한테서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귀여움이었습니다. (물론 과도하게 귀여운 척한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니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 어린아이들이 말을 시작했을 때 그 순수한 귀여움을 표현하고자 표준어 대사를 미리 정해놓고 대사를 직접 하나하나 다르게 발음해봤습니다. 더 자연스러우면서 어린아이들의 어수룩함과 순진함이 살아있는 발음을 찾아내기 위해 열심히 혀를 굴린 결과, ‘머그꺼야?’가 탄생하게 되었고 그 후로 쭉 『하푸하푸』의 트레이드마크인 혀 짧은 발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꾸꼼의 쯋쯋 대상인 하푸. 쯋쯋을 당할 걸 알고도 '머그꺼얌?'을 시전한다.

꾸꼼의 쯋쯋 대상인 하푸. 쯋쯋을 당할 걸 알고도 ‘머그꺼얌?’을 시전한다. 하지만 결과는 늘 기승전쯋쯋

 

– ‘쯋쯋’, ‘머그꺼야?’ 꽤나 유행어가 많은 작품인데, 이런 대사를 따라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사실 ‘머그꺼야?’의 경우 오랜 창제(?) 기간을 거치고 탄생한지라 개인적으로도 ‘이건 좀 유행할 듯’하고 자부했지만 ‘쯋쯋’의 경우는 그다지 크게 의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나온 소리이기 때문에 『하푸하푸』= 쯋쯋이라 할 정도의 인기에 적잖이 당황했었죠. 길거리에서 『하푸하푸』 대사를 따라하는 여고생 무리를 본다던가 하는 흐뭇한 일은 아쉽게도 없었지만, 간혹 아는 지인들이 ‘내 친구 중 한 명이 쯋쯋거려서 죽이고 싶더라’라고 말해오면 뿌듯함을 느끼곤 한답니다. 그래도 이제 어엿한 프로 만화가로서 사람들에게 만화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지요.

 

– 캐릭터들의 생김새도 무척 귀엽습니다. 모델이 되는 동물들의 실제 습성을 반영하면서도 작품 내에서 자유로운 변화를 거친 모습이 작품의 분위기와 딱 떨어져서 더욱 인기를 얻은 것 같은데요.

= 우선적으로 해당 모델이 되는 동물들의 특성을 최대한 가져오고자 디자인했습니다. 간혹 정말 귀여운 캐릭터이긴 한데 모델이 된 동물과 비교하면 ‘이게 이걸 모델 삼아 만들어진 캐릭터라고?’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귀여움을 강조하기 위해 특징을 죽인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개인적 생각) 모델이 된 동물의 특징을 무시하고 척 보기에 어떤 동물이 모델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순수 창작 캐릭터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귀여움을 살리되 최대한 그 모델이 되는 동물들의 특징을 살리고자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그 다음은 『하푸하푸』 캐릭터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최대한 굴곡 없이 둥글둥글한 타원형 몸매를 만드는 데 염두를 두었습니다. 단순히 하푸만 타원형 몸매에 그치지 않고 작중 캐릭터 모두 둥글둥글한 몸으로 만들어 캐릭터 간의 위화감을 줄였어요. 독자들도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간단하면서도 캐릭터마다 개성이 확실히 살아있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시간을 들였습니다. 덕분에 초등학생 독자들의 팬픽도 꽤 많이 받아보는 행운을 누렸지요.

 

쯋쯋만 하는 것이 아니다. 쨧쨧도 있다.

쯋쯋만 하는 것이 아니다. 쨧쨧도 있다.

 

– 큰 흐름이 있는 거대한 서사보다는 캐릭터들의 특성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있나요.

= 사실 스토리는 크게 계획하고 만들지 않습니다. 만화 특성상 완벽한 시나리오나 매끈한 전개, 화려한 연출이 필요하지 않고 매화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내용이 담겨야 하다 보니 머릿속을 비우고 마법의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뒹굴고 있다 보면 번뜩하고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떠오른 장면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말하니 굉장히 무책임한 만화 같지만 나름대로 이것도 쉽지만은 않네요. 초반부는 새 에피소드마다 에피소드의 주인공격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앞으로는 추가 캐릭터와 더불어 기존 캐릭터들의 깊이감을 주기 위한 에피소드들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 매번 개그와 귀여움을 살리는 게 쉽지 않은 작업으로 보입니다.

= 매화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장면들이 적어도 한 장면은 나와야 한다는 게 아무래도 작가 입장에선 크게 신경 쓰이고 부담이 가는 부분이긴 합니다. 워낙에 귀여움으로 뜬 웹툰이다 보니 독자들도 매 화마다 새로운 귀여움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번뜩 떠오르는 한 장면을 주로 잡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형식으로 만화를 제작하고 여러 번 검토하여 잘라낼 부분은 잘라내고 덧붙일 부분은 덧붙여 유머를 다듬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개그코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것으로, 어린 친구들이나 성인 그리고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각기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를지라도 나오는 웃음의 가치는 똑같았으면 하는 것이 개그의 최종 목표입니다.

 

– 이른바 ‘병맛만화’라고 불리는, 일종의 병맛코드를 포함한 만화에 『하푸하푸』가 포함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전 연령층이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만화를 지향하는 『하푸하푸』이다 보니 ‘병맛’이라는 단어가 조금 미스매치인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히 ‘병맛코드’라는 점에 『하푸하푸』가 완벽히 부합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뜬금없는 스토리에 어이없는 전개, 허무맹랑한 결말 등 병맛만화보다 더 병맛스럽거든요. 하지만 저는 병맛만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많은 웹툰 장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지라 『하푸하푸』를 병맛만화라 보는 독자들이 있어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만화라는 것은 작가의 품을 떠나면 그 후로는 독자들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비중은 작지만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나갈 비주얼을 선보이는 뾰족도사! 분량을 더 늘려달라!!!!

비중은 작지만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나갈 비주얼을 선보이는 뾰족도사! 분량을 더 늘려달라!!!!

 

– 혹시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병맛만화가 있다면요.

= 귀귀 작가님의 작품과 김성모 작가님의 럭키짱 시리즈를 매우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김성모 작가님(이라 쓰고 화백님이라 읽는)의 럭키짱은 어릴 때부터 만화방에 가서 1권부터 완결까지 다 빌려보고 몇 달 뒤에 다시 정주행하기를 대 여섯 번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광팬이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럭키짱』으로 돌아오신다 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김성모 작가님 작품 중 자주 등장하는 대사인 ‘이 돈으로 럭키짱 사봐야지’라는 대사는 제가 용돈 받을 때마다 중얼거리던 대사이기도 했습니다. 귀귀 작가님은 수많은 단편부터 『열혈초등학교』, 『김치맨』, 『전학생은 외계인』 등 모든 작품마다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희대의 천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화를 보면서 도저히 이 사람 생각만큼은 못 따라가겠다 느낀 것이 일본의 이토준지와 더불어 한국의 귀귀 작가님입니다. 요즘 웹툰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데 개인적으로는 귀귀 작가님의 웹툰을 선두로 삼아 한국에서도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는 천재 작가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으면 하는 것이 팬으로서 작은 바람입니다.

 

– 귀귀나 엉덩국의 만화들과 또 다른 스타일의 병맛만화가 『하푸하푸』인 것 같은데요. 귀여운 캐릭터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작가들과 별개의 노선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새로운 캐릭터 개그물이 목적이었지 새로운 병맛만화의 시발점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푸하푸』는 귀여움이 7할, 개그가 3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병맛을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다기보단 귀여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병맛이 가미되었다는 것이 맞을 듯싶어요.

 

– 『하푸하푸』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분이 더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 처음은 마냥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만큼 『하푸하푸』가 사랑받고 있다는 반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푸하푸』의 로고와 작가명을 의도적으로 삭제시켜 영상을 만들거나 작가의 부탁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분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작가를 사칭하거나 『하푸하푸』를 이용해 성인 광고를 유포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일어났습니다. 영상 많이 퍼지면 ‘너 좋은 거 아니냐’라는 별생각 없는 지인의 말에 숱하게 상처를 입었던 적이 엊그제 같네요. 지금은 다음 만화 속 세상과 온라인 독점연재를 계약한지라 더빙 영상도 대부분 내려졌지만 당시의 그 열풍 아닌 열풍은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추억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크게 보면 가진 거 없고 잘난 거 없는 제가 많은 분에게 보잘것없는 재주로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는 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공유하기

필진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