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NZA』 김보통 인터뷰, 흩어지고 부서진 뒤에 알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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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암환자의 투병을 모험이라 하지 않는다. 목숨을 건 모험은 영화에서나 재미있을 뿐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니까. 암환자를 ‘아만자’로 발음하는 모 여배우의 대사에서 제목을 따온 『AMANZA』는 ‘젊은 암환자의 모험’을 그린다.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고 그러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는, 평범한 삶을 꿈꾸던 젊은 주인공은 거짓말처럼 위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는다. 어째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절망하기도 전에 닥쳐온 육체적인 고통은 그가 ‘아만자’임을 일깨우고 삶은 궤도를 벗어나 죽음으로 달려간다. 점점 앙상해져 가는 육체, 의지와는 별개로 그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통 때문에 희미해진 의식 속에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숲’에 떨어지고, 알 수 없는 이름을 한 동물친구들을 만나며 사막의 왕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에서 결국 그가 찾아낸 것은 무엇일까. 분명한 건 그의 여정이 암에 걸린 누군가 아니면 어느 날 삶의 일부분이 산산조각 나버린 어떤 이들의 마음에 싹을 틔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씩 꺼져가는 그의 불씨가 재가 되질 않길 바라며 지켜봐야했다. 109화, 조금은 멀고 긴 그의 모험도 이제 끝이 났다. 모두 저마다의 숲에서 의미를 찾지 않았을까. 『AMANZA』로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작가 김보통도 무엇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사막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찾다

사막에서 만난 그의 마음은 어딘가 조금씩 부서져서 흩어진 우리의 마음의 일부분이기도 했다.

 

– 『AMANZA』가 109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첫 연재에 꽤나 긴 호흡인데, 연재가 끝난 지금의 기분은 어떤가요. 더불어 ‘2014 오늘의 우리 만화 상’ 수상하신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 원래는 훨씬 짧게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정해진 결말까지 그리다보니, 결국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완결 원고를 넘긴 다음 날부터 다음 작품 준비를 시작했기에 연재가 끝났다는 느낌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없습니다. 현재도 계속 마감 중입니다. 아울러,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어떤 매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을 때 저를 알릴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돌파구인 에이코믹스의 덕이 큽니다. 감사합니다.

 

– 연재 종료와 동시에 기다리던 『AMANZA』 단행본 1, 2권도 나왔습니다. 매주 웹에 올라가던 작품을 바라보는 것과 책으로 묶인 작품을 바라보는 느낌이 조금 다를 것 같아요. 

= 애당초 출판이 될 거란 생각 없이 시작된 만화였기에 책으로 보기에 매우 불편한 형식이었으나, 위즈덤하우스에서 예쁘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손에 들고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웹으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 작년 11월경에 했었던 에이코믹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하셨는데요. 『AMANZA』를 마무리 한 지금, 나만의 그림은 완성됐나요.

= 사실 지금도 다음 만화를 어떤 ‘선’으로 그려야하는 고민때문에 전체 원고 18페이지를 모두 다른 선으로 그리며 ‘저의 그림’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한참 먼 것 같습니다.

 

– 연재 20회 분량을 마쳤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 모두가 나 자신이지만 조금이나마 변화를 느껸 점이 있을까요.

= 허리와 하체가 매우 부실해졌고 체중이 많이 줄었으며, 안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점점 만화가가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최근에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있어 인기 만화가가 되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막의 왕을 만나기 위해선

숲을 사막으로 만드는 사막의 왕을 만나 그의 행동을 막기 위해 주인공은 모험을 시작한다. 그가 사막의 왕을 막기 위해선 어딘가로 흩어져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아야만 한다.

 

– 『AMANZA』를 ‘젊은 암환자의 투병기가 아닌 모험기’라고 하셨는데요. 전체를 둘러보니 그 말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이야기대로 끝을 맺은 건가요.

= 시작과 결말 부분 외에는 딱히 정해놓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변동 되었다고 보면 모두가 변동된 것이고, 변동되지 않았다라고 보면, 또 변동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같이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이 다음은 어디로 갈까? 누구를 만날까?’하며 그렸습니다.

 

– 마치 선문답처럼 느껴지던 숲과 사막에서의 모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숲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사실은 몸속의 장기다, 주인공이 환각 속에서 주변 사람과 상황들을 비유한 것이다 등으로 추려볼 수 있겠네요. 어느 것으로 보아도 그럴듯한 이야기로 『AMANZA』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지금도 이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주기보다 독자 나름대로 해석해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 네. 이에 대해서는 저도 달리 설명할게 없는 게, 저도 잘 모릅니다. 뭘까요. 뭐였을까요.

 

– 독자 모두 나름의 의미와 이야기를 찾도록, 뚜렷이 해석되지 않게끔 여지를 심어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모험과 그의 사막이 아니라 때때로, 나의 사막과 나의 고통,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우화 같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택한 의도는 어떤 것이었나요.

= 친절하게 ‘이건 이것을 의미하며, 저건 저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하는 방법보다는 ‘이건 이걸까, 저건 저건가?’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마다 나름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물론 ‘너무 아리송하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너무 직접적이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그건 모두 제 역량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 숲에서 모험을 하면서 주인공이 깨달은 것, 동물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나의 의지, 나의 희망은 아니었을까 하고도 조심스럽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저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나에게도 해주고 싶었던 말’이라고요.

=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결국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뱉어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대상은 독자가 될 수도 있고, 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분명한건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라기보다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대해서만 생각해

간절히 죽기를 바랐던 김철규를 다시 삶으로 돌려보낸, 김철규의 마음이 건넨 한마디.

 

– 숲의 모험에 동참하게 된, 삶에서 도망치던 청년 김철규에 대한 에피소드의 경우 큰 그림에서 보면 『AMANZA』와 일맥상통 하는 이야기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본래의 진행하고 있던 이야기와 잘 맞물리지 않을까봐 고민 했을 것 같아요.

= 너무나 살고 싶은 주인공 박동명과 대비되는 너무나 죽고 싶은 김철규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독자가 이야기에 이입하지 못할까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김철규의 모습에서 자신을, 혹은 주변의 누군가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보며 조금 안심했습니다. 김철규에게는 저도 애정이 많아 언젠가 김철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만들고 싶습니다.

 

–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장면이 그렇게 슬픈지 몰랐습니다. 김철규 때와 마찬가지로 결말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나지막이 일러주는데요. 평소에 ‘이름’이란 것에 대해 나름대로 어떤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이름이 그 사람의 존재의 증명이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나’나 ‘너’ 혹은 ‘남자친구’나 ‘가족’같은 단어는 특정 타인과의 관계만을 보여주지만, 이름 그 자체는 관계도의 시작일테니까요. 그래서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다 이름을 말하며 끝내면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마치고 싶었습니다.

 

– 숲에 등장하는 동물친구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이름이 하나같이 특이합니다. 수부기, 비커리, 홍실 등. 이름을 짓는 규칙이 있었나요.

= 비밀입니다.

 

– 주인공의 투병 생활은 숲에 비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투병에 대한 고통,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나눌 수 없다는 슬픔, 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고민과 아픔이 이어집니다. 대사는 담담하게 솔직한 심정을 전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그림은 다소 은유적입니다. 직접적인 표현을 했다면 다소 신파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텐데, 그 경계를 매우 잘 지켜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만약 암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적인 표현으로만 했다면 ‘아프다’와 ‘두렵다’는 내용으로만 도배를 했을 겁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연재가 진행되어야 했을 것이고, 보는 분들도 ‘만화’가 아닌 ‘투병기’로 보셔야 했을 겁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독자도 직간접적으로 겪게 될 아픔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완화해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캡처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보다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 자식을 두고 어쩔 수 없이 회식자리에 참석한다. 자식이 암에 걸린 건 안 된 일이지만 ‘공과 사’는 구분하라는 상사와 함께….

 

– 실제로 암 투병을 하셨던 아버지께 바치는 상서가 『AMANZA』이기도 하다고 작가의 말에 쓰신 걸 보았습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 암 때문에 힘들어 했다는 걸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AMANZA』를 그릴 때 이것만큼은 지켜야 하겠다 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회사에서 회식하는 장면에서 일상적으로 하던 ‘암 걸릴 것 같다’라는 말의 무서움에 대해서 담담하게 얘기하는 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 사실, 사회에서 암환자는 ‘우리’가 아닌 ‘타인’으로 구분됩니다. 그래서 만화에서처럼 실제로 환자 가족들 앞에서 말을 삼가거나 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되려 “요즘 암은 암도 아니다”라거나, “텔레비전 보니 다 낫더라”, “엄살 부리지 말아라” 등의 말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말들은 ‘암 걸릴 것 같다’라는 말보다 더 깊은 상처를 주는 말들입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암이 정복 되었다’느니, ‘암환자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라는 내용의 정보를 많이 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있는 것과, 실제 암을 겪고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피상적으로 암에 대해 생각하는 그런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습니다. 암은 매우 심각한 질병이며, 현재 투병 중인 분들에게는 세계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병의 상태도 악화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몸이나 얼굴도 앙상하게 변해갑니다. 이를 표현할 때 염두에  둔 점이 있으셨는지요. 숲에서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을 표현할 때는 눈이 없어진 휑한 자리를 어떻게 그려낼지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 좀 더 과격하게 표현하고 싶었으나, 보는 분들이 괴로울까봐 많은 부분 순화했습니다. 애당초 계획은 훨씬 더 끔찍하게 진행시킬 생각이었습니다.

 

– 일전의 인터뷰에서 친구에게 ‘바스트샷만 그린다’는 지적을 받으셨다고 했는데요. 그 이후의 연재분량을 찬찬히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구도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 ‘지적을 받는다’는 것은 저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만화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는 저에겐 하나의 ‘지적’이 바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가 부족하다’라는 내용을 찾으면, 그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시 또 지적을 찾고 보강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 채색과 배경을 담당해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AMANZA』의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진 느낌을 받았는데요. 협업을 하게 된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채색과 배경을 담당해주시는 분들과 함께한 이유는 첫째로, 제가 그림을 터무니없이 못 그리며, 둘째로 거기에 손까지 느려 시간이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제 혼자 모든 그림을 다 그릴 때는 쪽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원고에만 매달려야 했고, 심지어 한 화 마감을 하고나면, 다음 화 이야기 구상도 하지 못한 채 일단 그림부터 그려야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도움을 받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삶이란 끝을 눈치 챈 순간부터

주인공 박동명 역시 삶의 끝을 어렴풋이 직감하게 되는 순간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

 

– 『AMANZA』를 기다리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가끔 작품과 함께 올라오던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단행본으로 『AMANZA』를 읽는 분들은 이를 쉽게 접할 수 없으니 좀 아쉽기도 한데요. 따로 음원을 발매하거나 할 생각은 없나요.

= 가수 오소영님의 ‘사막의 왕’은 현재 음원 사이트에 정식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나머지 곡들은, 추후 (단행본의 반응이 좋을시) 미니앨범으로 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 벌써 다음 연재가 시작된다고 하셨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 한겨레에 연재하게 될 만화는 주인공이 군인이지만, 군대에 대한 만화는 아닙니다. 군인이기 이전에 아들이고, 친구이며, 사회구성원인 젊은이와 그들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입니다. 슬픈 만화는 전혀 아닙니다.

 

– 이제는 ‘만화가 김보통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래는 정한대로 이뤄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만화가 김보통의 개인적인 소박한 희망이 있나요.

= 어딘가의 누군가의 마음에서 싹을 틔울 수 있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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