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노벨의 세계에 어서오세요] #08 한국 라이트 노벨 브랜드가 늘고 있다

2

 

1. 하나의 공지, 하나의 지표

2014년 12월 16일 대원 NT노벨 블로그에 게시물이 등록됐다.

 

NT노벨 편집부에서 한국 라이트 노벨 작가님을 모집합니다!!

 

NT노벨은 1997년 대원 판타지노벨로 시작(2002년 NT노벨로 브랜드 리뉴얼), 한국에 일본 라이트 노벨을 정발하며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을 연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국내 라이트 노벨 브랜드다. 그런 NT노벨에서도 드디어 한국 작가를 모집, 한국 라이트 노벨을 출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것은 사소하게 보면 한국 라이트 노벨 브랜드 하나가 추가된 사건에 불과하지만 개인적으론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의 흐름에 대한 하나의 지표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NT노벨’로써는 이번 한국 라이트 노벨 작가모집이 최초이지만 NT노벨의 모회사인 대원CI에서는 이미 한국작가의 라이트 노벨이 출시된 바 있다. 2007년 8월에 여성향 순정 라이트 노벨 브랜드인 ‘이슈노벨’로 전혜진 작가의 『월하의 동사무소』를 출간한 적이 있으며, 또한 삽화가 들어가는 라이트 노벨 포맷으로 출간되었던 ‘아키타입(검류혼作 『머메이드 사가』, 윤현승作 『뫼신사냥꾼』등)’과 ‘일리아드(백서현作 『데이 브레이커』, 박지훈作 『여신창립학원 엘스라드』 등)’ 브랜드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새 브랜드를 창간하지 않고 회사 내 대표 라이트 노벨 브랜드인 NT노벨의 이름으로 새로운 한국작가를 모집한다는 것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과 전략으로 한국 라이트 노벨을 시작하려 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라이트노벨01

한국 작가들의 라이트 노벨. 1 윤현승, 『뫼신사냥꾼』 2 전혜진,『월하의 동사무소』3 박지훈,『여신창립학원 엘스라드』 4 백서현, 『데이 브레이커』

 

NT노벨의 참전으로 현재 한국 라이트 노벨을 출간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정식 한국 라이트 노벨 출간 브랜드는 시드노벨, 노블엔진(노엔팝 포함), 익스트림노벨, S노벨, V노벨, 나비노블(여성향 브랜드)에 NT노벨을 더하여 총 일곱 개다. 거기에 현재 E-book전용 라이트 노벨 브랜드 공모전 공지가 추가로 올라오는 등 물밑에서 출범을 준비하는 한국 라이트 노벨 브랜드가 추가되는 분위기.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숫자이지만 단순히 숫자보다도 더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는 것은 계속 이렇게 한국 라이트 노벨을 출간하려는 출판사와 국내 라이트 노벨 브랜드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의 상황과 한국 라이트 노벨

국내에 ‘라이트 노벨’이란 이름으로 책이 나오기 시작한 이래 라이트 노벨 시장의 전체 매출 규모는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다. 처음에는 큰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의 대히트 이후(『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는 그 인기로 인해 편의점에서 다른 소수 일반도서와 함께 판매되었던 사례가 있다) 성장세가 대폭 증가한 뒤로도 이러한 매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는 주요 만화, 라이트 노벨을 다루는 서브컬쳐 전문 총판의 매출 증대와 함께 새로운 전문 매장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쉽게 실감할 수 있는 바이다. 아울러 전문 매장 내에서 라이트 노벨 전체 매출이 만화 단행본 매출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 초창기에 비해서 사인회나 홍보행사와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독자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들도 이러한 라이트 노벨 시장 성장에 대해 알 수 있는 여러 증거들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성장과 함께 매달 출간되고 있는 라이트 노벨 작품의 종수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근래 새롭게 많이 출간되고 있는 여성향 라이트노벨까지 합치면 매달 나오고 있는 평균 라이트 노벨 출간 종수는 월 75종에 달하며(2014년 11월 76종, 12월 75종 출간) 그중 보통 월 7~8작품(2014년 11월 8작, 2014년 12월 8작) 으로 10%정도인 한국 라이트 노벨의 종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다수 분량이 일본에서 들어온 번역 라이트 노벨이다. 이는 곧 일본에서 출간되고 있는 라이트 노벨 중 인기작이거나 조금이라도 괜찮아 보이는 작품이라면 모두 수입해서 쏟아져 내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이 조금씩 성장은 해오고 있지만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어가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출간 종수는 증가 일로로 전체 시장 매출을 나누는 파이수가 많은 만큼 각 파이의 크기는 계속 작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종수가 늘어난 다는 것은 일본 라이트 노벨 히트작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기존의 인기작(일본 내에서 히트작, 애니메이션화 예정작 등), 인기작가의 신작들은 특별한 문제 – 국민 정서에 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거나 – 가 없는 한 거의 모두 국내 출판사들로부터 계약희망 오퍼를 받아 출간되었거나, 채 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계약 오퍼 경쟁에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기작의 경우 출판사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권당 몇 만부 이상의 높은 선인세를 계약금으로 내걸며 출간 계약을 따내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고가의 선인세를 주고 가져온 작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에 출판사가 끌어안는 리스크는 도서정가제로 직격타를 맞은 도서 판매량과 맞물려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는 실정.

 

스즈미야 하루히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의 발전의 단초가 되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라이트 노벨을 출간하려는 브랜드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차원에서 한국 라이트 노벨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만한 그러니까, “한번 시도해볼 만한 사업”으로 인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당분간은 한국 라이트 노벨 브랜드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 라이트 노벨 시장의 발전을 섣불리 예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일본 라이트 노벨 번역에 주력했던 과거와는 달리 국내 작품 출간이라는 옵션이 추가된 만큼, 시장 전체의 분위기부터가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새해에는 국내 라이트 노벨 시장에 또 어떤 재미난 한국 라이트 노벨들이 출간될지 기대해본다.

 

 

 

 

공유하기

필진 소개

1979년생. 항상 '재미난 것을 한다'라는 말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길 좋아하는 워커홀릭. 대학입학과 함께 판타지 소설로 데뷔한 이후 소설 집필 외 만화 원작과 게임 기획&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 라이트 노벨 문고 시드노벨 편집부에서 기획팀장으로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