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08 움직이는 웹툰의 미래 ‘곰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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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전이 재미있다”

인터랙티브 모션코믹스 플랫폼 ‘곰툰’ 김정호 대표 인터뷰

 

 

4년 전에 나왔던 호랑 작가의 무빙툰 『옥수역 귀신』을 기억하는가? 간담이 서늘한 공포 체험과 함께 움직이는 웹툰의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무빙툰은 플레이 버튼을 한번 누르면 저절로 흘러간다.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반면 모션툰 혹은 모션코믹스는 독자가 손끝으로 스마트폰을 톡톡 눌러야만 흐름이 이어진다. 나의 터치에 이야기가 반응하는 느낌을 줘서 신선하다. ‘웹툰의 진화된 형태’라고 불린다. 지난해 문을 연 ‘곰툰’은 국내 유일의 모션코믹스 플랫폼이다. 곰툰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인 나인픽셀즈 김정호 대표는 젊고, 낙관적이었다.

 

리뉴얼된 곰툰 홈페이지 베타 버전

리뉴얼된 곰툰 홈페이지 베타 버전

 

 

 

곰툰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했나?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만화가였다.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했고, 지금도 만화 시나리오 쓰고 콘티를 짠다. 우연찮게 학교에서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만화를 배웠는데 흥미가 생겼다. 그 즈음에 교수님 추천으로 한 게임업체에서 진행하는 움직이는 웹툰 프로젝트의 샘플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 회사에 들어가서 1년 정도 일했다. 내가 팀장으로 참여해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빠담빠담 ……』 『장난스런 키스』 세 편을 애니메이션 화했다. 터치하면 움직이는 레퍼런스가 거의 없었던 데다 만화가 아니라 사진 같은 드라마 소스로 만들어야 해서 제작하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학교와 현장에서 배웠던 경험을 가지고 움직이는 웹툰을 만들고 싶어서 나인픽셀즈를 세우고 곰툰을 열었다.

 

나인픽셀즈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

우선 모션코믹스를 모바일 앱에서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특허도 출원한 상황이다. 플레이어 개발에 줄기차게 시행착오를 겪느라 지난해가 다 갔다. 재작년 9월에 나인픽셀즈를 시작한 이후에 매출이 난건 주로 B2B즉, 우리가 개발한 모션코믹스 기법을 적용해서 기업 홍보 영상을 만들거나 영화 예고편이나 프리퀄, 기존 만화들을 모션코믹스 형태로 변환 해주는 일이었다. 매출이 많다기보다는 곰툰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벌었다는 얘기다. 올해는 곰툰 홈페이지도 오픈하니까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 더욱 집중해서 공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모션코믹스를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중간단계로 보면 되나?

그렇다. ‘만화의 진화’로 포지셔닝을 했으면 한다. 모션코믹스는 화면이 분할돼 있고, 말풍선도 있고, 만화적 요소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움직임과 소리를 조금 첨가한 형태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모션코믹스는 독자의 터치로 읽는 형태다. 이건 연출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터치하는 지점을 어느 타이밍에 잡아둘 것이냐, 특정한 타이밍에 스톱을 해놓고 독자가 터치를 하면 어떤 액션이 나온다는 게 가장 중요한 연출의 요소다.

 

웹툰을 터치하면서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게 독자 입장에서 새로우면서도 낯설었다. 낯설다는 건 긍정과 부정의 뜻이 다 있지 않나. 모션코믹스만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건 그야말로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내 성향이 도전하는 걸 재미있어한다. 새로운 게 좋다. 레진코믹스 이후로 포털 외에도 만화시장이 가능하겠다고 봤다. 그리고 기존 웹툰 플랫폼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니까. 콘텐츠가 가진 성향이 아닌, 플레이 방식으로 승부하는 우리의 포지션이 당장은 큰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해나간다면 분명히 국내나 국외나 비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곰툰 화면

 

 

일본과 중국에 작품 수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일본엔 『중고가방』을 시작으로 몇 작품 더 수출할 것 같고, 중국은 배급사 롤리플로 엔터테인먼트를 통해서 수출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워낙 모션코믹스의 형태에 관심이 많다. 작년보다 올해에 더 그렇고,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마트TV에도 진출할 계획이라 계속 접촉 중이다.

 

스마트TV로 모션코믹스를 본다고? 그럼 터치는 TV 리모콘으로 하나?

대기업에서 새로 개발한 셋톱박스가 있다. 모바일로 터치하는 걸 바로 스마트TV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우린 계속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특이하고 신기한 샘플도 많이 만들어 놨다. 예를 들어 3D 안경을 쓰고 보는 형태나 UHD 초고해상도로 움직이는 웹툰, 또 SNS를 통해서 독자가 선택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달라지는 형식도 있다. 지금 제작 중인 건 실제 아이돌이 등장해서 움직이는 포토툰이다. 웹 드라마 업체랑 협업해서 작업하고 있다. 올 3월에 공개될 거다.

 

곰툰에선 주로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된 웹툰을 모션코믹스로 제작, 연재하는데 작품 수급에 어려움은 없는지?

오히려 그래서 어려움이 덜한 편이다. 우리는 다른 만화 플랫폼들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 포인트가 다르다. 이른바 경쟁업체에게 우리는 모션코믹스 형태의 제작을 제안할 수 있는 입장이다. 우리는 제작 기술과 연출력이 있고, 제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으니까. 실제로 만화 에이전시에서 IP를 제공해주고 우리는 모션코믹스를 제작해서 수익은 쉐어하고 있다.

 

모션코믹스의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처음부터 모션코믹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은 결과물에 차이가 많이 난다. 모션코믹스 연출력의 범위랑 일반 만화가들의 연출 범위가 거의 겹치지 않는다. 모션코믹스가 영상과 애니메이션 연출 분야라면 만화는칸과 칸 안에서의 구도, 감정 연출이다. 만화가들 입장에선 모션코믹스적인 연출은 공부를 안 했던 영역인 거다. 나인픽셀즈에 모션코믹스 제작 PD는 2명이 있고, 애니메이션은 동남아에 하청을 줘서 PD가 기획, 수정, 최종 컨펌 후 완성한다. 하청을 주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나인픽셀즈의 모션코믹스 기술력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크게 두 가지인데 모바일 앱용 플레이어와, 연출력이다. 우선 지금 앱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플레이어 개발이 거의 끝난 상태다. 자동재생, 진동기능 같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거다. 두 번째는 연출력인데 이건 시간과 돈에 비례한다. 지금보다 더 퀄리티 높게 만들 수 있는 연출력과 프로세스가 우리에게 있다. 한 작품의 퀄리티를 최상으로 1년 동안 준비해서 공개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량으로 수십 개의 작품을 만든다고 할 때, 적정한 퀄리티의 수위가 어디냐 하는 거다. 지금 같은 플랫폼에서는 여러 작품을 동일한 퀄리티로 나올 수 있게끔 적정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센세이션한 작품이 나오긴 힘들고, 아까 얘기했듯이 작가가 처음부터 모션코믹스를 염두에 두고 장면의 타이밍을 잡고, 우리랑 대화를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연재작 중에『거북이 등껍질 – 리터너』 『숨비야 울어』는 뒤로 갈수록 모션코믹스의 신기한 기법을 이용한 연출력이 잘 살아난 작품들이다. 최근에는 『하우 투 사커』도 준비 중인데 스포츠물이라서 모션코믹스로 공의 움직임을 나타내기가 수월하다. 향후에는 기획 단계부터 자체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생각이다.

 

 

김정호 대표가 곰툰 최고 인기작으로 꼽은 『숨비야 울어』의 일러스트 컷

김정호 대표가 곰툰 최고 인기작으로 꼽은 『숨비야 울어』의 일러스트 컷

 

 

 

지난해까지 곰툰이 워밍업 시기였다면, 올해부턴 본격적인 출발이다. 콘텐츠의 변화는 없나?

남성향 성인만화를 4월쯤에 넣을 예정이다. 처음부터 일상물이나 가벼운 느낌의 웹툰은 배제하려고 했다. 모션코믹스로 만들었을 때 좀 더 몰입감을 주기 위해선 지금 연재 중인 작품들처럼 탄탄한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곰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독자 충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은 비로 작가의 『숨비야 울어』다. 『눈을 감다』도 그렇고, 두 작품이 가장 인기 있다. 『전설의 주먹』도 많이들 좋아해 주신다.

 

아까 꿈이 만화가라고 했는데, 본인 작품을 모션코믹스로 제작한 건 없나?

기획단계인 게 하나 있다. 『나도 왕년에 마법소녀였다』인데 아마도 곰툰에 올라가지 않을까?(웃음) 그림을 그리는 친구랑 같이 진행 중이다.

 

곰툰 대표로서 올해 계획은?

홈페이지 오픈베타 서비스가 시작되니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본으로 작품 수출하는 것 말고도, 올해 중순이나 말경에 일본판 곰툰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름은 바뀔 수도 있다. 모바일과 웹 형태로 일본 이용자들을 공략하는 건데 개발, 제작, 한국 콘텐츠 소싱은 우리가 하고, 일본 콘텐츠 소싱과 운영은 일본 회사가 한다. 스마트TV 쪽도 지난해에 기획은 다 해놨으니 올해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많으니 수입이 괜찮을 거 같기도 하다.

꼭 그렇진 않다.(웃음) 아직까진 마케팅이나 개발 이슈가 좀 있어서 곰툰의 코인 수익이 충분치 않지만 앞날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형태의 콘텐츠가 비전이 없는 건 아니다. 모션코믹스의 해외 수출 제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조금 일찍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형태의 수요가 많이 없을 때 홀로 나와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확실히 지난해보다 올해 훨씬 더 수요가 많아졌다. 그게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곰툰 구글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곰툰 홈페이지 오픈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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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소개

만화도 취급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시절에 비로소 만화의 세계에 눈 떴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천재 유교수의 생활> 시리즈를 밤새 독파하다 다음날 아침 기말고사를 날려먹은 전력이 있다. 영화지 <필름2.0>, 교보문고 웹진 <북뉴스>기자를 거쳤고,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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