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툰은 무슨 재미로 볼까 : 『낢이사는이야기』 서나래 인터뷰

0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인터뷰 특성화

 

대학교 2학년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그린 낙서를 블로그에 올렸다. 자신과 주변사람을 소재로 끄적인 일기다. 우연한 계기로 포털 사이트에 연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04년부터 시작한『낢이사는이야기』가 연재된 지 12년. 노란 쫄쫄이에 땡그란 눈을 한 여자 아이의 일기장을 10년도 넘게 봐온 셈이다. 자신의 생활을 담담하게 일기 형식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만화인 『낢이 사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이제 ‘생활툰’이라는 장르로 부른다. 시간이 10년도 넘게 흐른 만큼 웹툰 속 낢의 일상 역시 바뀌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다. 그녀의 변화만큼 다른 사람들도 군대를 제대해 취직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오랜 독자들은 그의 장수 비결을 ‘공감’과 ‘재미’로 꼽는다. 오밀조밀한 캐릭터와 세상을 달관한 듯 뭉뚱그린 말장난 속에, 작가 서나래의 생활이 있다.

 


– 결혼을 마지막으로 시즌 3를 끝냈다. 지금 결혼 생활은 어떤가.
= 요즘은 안정적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 남편이 잔반을 다 먹어줘서?
= 아니, 원래는 내가 버려야 했는데 지금은 남편이 버려주니까….

 

낢이사는이야기서나래작가 오너캐릭터

『낢이사는이야기』의 ‘낢’이 인사를 전해왔다!

 

– 벌써 시즌4다. 이전 시즌과 차별을 둔 점이 있다면.
= 그럼에도 여전히 낢이 ‘사는’ 이야기다. 결혼 준비, 신혼 이야기에 중점을 맞췄다. 가족 얘기로 시작한 만화인 만큼 남편 이과장 캐릭터의 비중이 많아졌다. 그도 이젠 나의 가족이니까.

 

– 2004년에 연재를 시작해 12년째 연재중이다. 이젠 나름 잔뼈 굵은 작가가 됐다.
= 그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때 연재를 시작해서 졸업을 하고, 만화가 생활을 유지하다가 결혼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라면 내가 데뷔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데뷔할 땐 지금처럼 작품이 많지 않았다. 시기를 잘 탄 것 같다.

 

– 그렇다고 해도 10년 이상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데엔 비결이 있을 것 같다.
= 그냥 열심히 했다. ‘낢’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하는 이야기가 내가 가장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 만든 다른 장르를 보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역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건 ‘낢’이다.

 

– 결혼 전엔 남자친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과장 전엔 남자친구가 없었나.
= 짓궂다! 내 생활을 그리는 데 있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만화에서 보여주는 생활은 실제의 10%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독자는 이를 100%로 받아들인다.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오해가 큰 것 같다. 생활툰은 일상을 잘 걸러 오해 없이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말투 하나, 단어 하나를 파고들어 의미를 추론하다보니 오해가 많이 생긴다. 그런 오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 요즘의 고민이다.

 

– 그 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게 있나.
= 몇 년 전까지는 그저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 되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나와 내 가족 정도에만 피해가 갔다. 지금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조카 이야기를 그렸는데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아직 어린 조카가 걱정될 것이다. 남편의 경우 일이 더 커지겠지. 남편, 남편의 친구, 친척, 시댁 등.

 

– 걸러내는 작업이 길겠다.
= 다른 장르의 경우, 작가보다 등장인물을 먼저 보지만 생활툰은 작가 자체를 본다. 사람들의 생각은 정말 다양하더라. 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그들이 각자 생각하는 ‘낢’이 모두 달라, 백 명의 낢이 존재한다. 그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가끔, 만화의 내용 보다는 그런 지점을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오히려 재밌는 소재를 구하는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스트레스 받진 않는다. 이 정도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압박이다.

 

낢이사는이야기 서나래의 작업실

『낢이사는이야기』의 작가 서나래의 작업실

 

– 생활툰 작가 같은 경우 그런 편견이 다소 존재한다. ‘자기 생활을 그대로 그리면 되는 쉽고 편한 직업’,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그림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극화보다 편한 그림체니까. 사실 생활툰 작가에게 더 힘든 건 독자가 작가에게 부여하는 높은 도덕적 기준과 진짜 내 생활과 만화 사이에서 중심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생활툰 작가는 실수가 치명적이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 그런 일을 많이 겪었겠다.
= 상처도 많이 받았다. 지금은 멘탈이 단단해져서 굳은살이 배겼다.

 

– 똑같은 캐릭터 하나로 10년 이상 작품을 이어온 건 대단한 작업이다. 계속해서 독자들이 끊이지 않는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나도 만화를 조금 그리면 저 정도는 그리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 그런 의견이 많은가.
= 실제로 많이 듣는 말이다. 이 부분은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친근하고 공감 간다는 뜻이겠지, 옆집 누나나 친한 언니를 보는 듯한. 나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한 번 그려보면 낢처럼은 나오겠지? 같은 생각이 드는 캐릭터가 좋지 않을까. 단점은 그만큼 그림으로서의 메리트는 떨어진다는 것.

 

낢이사는이야기 서나래와 그녀의 고양이

집사가 작업을 하든지 말든지 일단 쑥 안기는
그녀의 귀여운 고양이 뚱이!

 

– 자신의 작품이 그림으로서는 메리트가 없다고 보나.
= 콤플렉스다. 그래서 그림 수업도 꾸준히 듣고 있다.

 

– 그래서인가, 이번 시즌은 그림체가 많이 바뀌었다.
= 일부러 바꾸려 한 것은 아니다. 미술 수업을 듣다 보니 그림체가 나도 모르게 많이 바뀐 것 같다. 의도한 변화는 브러시를 바꾼 것뿐이다.

 

– 이미 그림으로 먹고 사는 길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그림을 배우는 이유는.
= 이 전에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데 표현이 안됐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 보여주다 보니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그림을 배우는 지금은 예전보단 편해진 것 같지만 아직 멀었다. 더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밥그릇을 뺏긴다. (웃음)

 

– 실제로 시즌2나 3에선 일상생활을 보여줄 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 많이 등장했다. 바이올린을 배우거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결혼을 위해 혼례 절차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배우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 ‘낢’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일상적인 ‘공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해보지 못하는 신선한 ‘경험’. 그 둘을 콘셉트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네팔 여행 등을 갔다. 아마 사람들이 내 만화를 봐주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공감과 경험이 적절히 섞여서. 내가 하면서도 즐겁다. (주: 네팔 여행기는 『나는 어디에 있는 거니』라는 제목으로 연재, 출간했다.)

 

 

낢이사는이야기 서나래 가족들 수정

『낢이사는이야기』는 낢, 그녀 본인을 비롯해 그녀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왼쪽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오른쪽은 그녀와 결혼한 새신랑! 이과장!!

 

– 소재는 생활에서 찾다보면, 소재를 만화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 노력이 필요한가.
= 무작정 집에 앉아 밥 먹고 자는 것만이 생활툰의 소재가 될 순 없다. 그렇다고 내 생활을 모두 열어 보여주는 것도 위험하다. ‘생활’과 ‘툰’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 만화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거짓은 아니다. 사실을 가져다 쓰지만 걸러낸다. 어느 정도 생활을 포장하고 만화적인 문법을 차용한, 현실을 편집하는 작업이다. 개중에는 실시간이 아닌 에피소드도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감정적인 후폭풍이 나에게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다음 그릴 때도 많다.

 

– ‘엉덩이가 무거워야 좋은 작가가 된다’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엉덩이가 가장 가벼워야겠다.
= 그럴 수도 있겠다. 극화는 고립된 상태가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하기 좋을 지도 모르겠다. 생활툰은 다르다. ‘공감’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공감을 위해서 새로운 경험도 찾아 헤매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있다.

 

– ‘공감’은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지만, ‘공감’으로 먹고 사는 입장에서 쉬운 단어는 아니겠다.
= 집 안에 멍하니 앉아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맞아, 나도 그랬는데’라며 손뼉 칠 때가 바로 소재가 나오는 순간이 아닐까.

 

– 그렇게 들으니 더 어렵게 느껴진다.
= 사실 널린 게 소재다. 빨래를 하나 한다고 쳐도, 내가 일에 치어 무심하게 하면 그건 그냥행위일 뿐이다. 반대로 소재를 발견하겠다는 태도로 모두가 생각하는 지점을 그린다면, 그게 소재가 된다.

 

낢이사는이야기 패러글라이딩

생활툰은 작가의 생활을 다루다보니 작가 개인의 경험이 온전히 소재가 된다.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이렇게 에피소드가 됐다.

 

– 빨래 하나만 해도 온갖 신경을 세워 ‘뭔가를 발견해야 한다’며 집중하겠다.
= 그렇진 않고, 우연히 소재를 발견해서 기쁜 정도다. 중압감에 치여 억지로 소재를 발견하면 또 재미가 없다. 몽골 여행도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 간 건 아니었다. 밤에는 계속 기록하고 회의하는, ‘일’을 했다. (주: 몽골 여행은 김진, 필냉 작가와 함께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라는 제목으로 연재, 출간했다.)

 

– 데뷔 초와 다르게 요즘엔 생활툰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 재미있게 보는 게 있는가.
= 참고하는 작가는 많다. 최근에는 『모두에게 완자가』, 생활툰은 아니지만 『여탕 보고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재밌고 독창적인 작품들이다.

 

– 밥그릇의 위협(?)을 많이 받겠다.
= 나와 비슷한 컨셉의, 나보다 더 잘한다고 느껴지는 작가가 나오면 중압감이 묵직하다. 게다가 이번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오래 쉬었다. 초반엔 좋았는데, 6개월이 지나자 자괴감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새로운 만화가 등장할 때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낢이사는이야기 서나래 결혼준비

『낢이사는이야기』 시즌4에서는 그녀와 이과장의 결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중압감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20대와 30대 때 고민하는 지점이 각각 다른 것 같다. 20대 때는 ‘만화를 그리며 먹고 사는 것’이었다면, 30대엔 ‘오래 가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길을 쭉 갈 수 있는 기회를 누군가 주는 것은 아니더라. 결국 내가 뚫고 나가야 한다. 나의 이상적인 그림은, 내 나이 또래에 맞는 나만의 타깃을 찾는 것이다. 20대 후반엔 20대 후반 독자층을, 30대엔 30대를. 내 나이 때의 독자가 공감하고, 함께 나이를 먹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아닐까. 어린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해서 그들의 코드를 쓰는 건 힘들다.

 

– 실제로 독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고 느끼나.
=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내 만화를 보고 있다는 독자의 메일을 가끔 받는다.

 

– 그렇다면 결혼, 임신, 육아 등의 이야기도 앞으로 자연스럽게 나오겠다.
= 내 아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실수로 걸러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오해할 만한 지점이 생긴다면 아이에게 고스란히 상처가 갈 테니까. 커서 학교에 갔는데 알 수 없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어떡하나. 촉을 날카롭게 세워서 골라내야 할 얘기가 많을 거다.
모든 것을 100% 예측해서 그리는 건 불가능하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10년, 20년 후 만화를 그리는 내 모습을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요즘 들어 그런 고민이 구체적으로 들더라.

 

–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하면 좋겠다.
= 그것도 좋겠다. ‘오늘은 옆집 할머니와 요양원에 갔다’ 라거나. (웃음) 그 때까지 재미있게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낢이사는이야기 서나래 345

 

– 만화에서도 ‘재미’를 강조하고, 자기 자신도 끊임없이 ‘재미’를 찾아다닌다. 본인이 생각하는 ‘재미’란 뭘까.
= 이런 상황에서 그럴싸한 대답을 하고 싶지만 딱히 정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봐서 재미있는 게 바로 재미 아닐까?

 

– 생활툰은 ‘남의 일기장을 보는 재미’가 크다. 그러나 남의 일기도 너무 오래 보면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낢이사는이야기』는 여전히 재밌다.
= 재미를 이끌어내는 기술은 감각에 의지하는 게 크다고 생각했다. 『마조 앤 새디』의 오랜 팬인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센스가 죽지 않더라. 그걸 보며 생각을 많이 했다. 재미도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다른 사람의 센스를 보며 꾸준히 공부를 하고, 많이 생각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같다.

 

– 만화가는 고립되기 쉬운 환경이다. ‘공감가고 재미있는 생활툰’을 위한 노력이 쉽지 않겠다.
= 특히 연재에 들어갈 경우, 생활과 일이 모두 집에서 이루어져 답답하다. 계속 일만 해야 하니 집인데도 불구하고 내 생활이 없다. 생활툰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내 생활이 없어지면 안 된다’인데, 이게 무너지면 어떡하나. 계속 중심을 잡을 수 있게끔 끊임없이 환기해야 한다. 내 생활과 만화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언제나 좋은 정신,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만화를, 꾸준히 그릴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공유하기

필진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