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PD의 BDDB] #12 Long Live The Chara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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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Long Live The Character![/su_heading]

 

 

01 코르토말테제 새출간 소식을 알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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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코르토 말테제(Corto Maltese)』의 새로운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작가 휴고 프라트(Hugo Prat)의 사망 20주기를 기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마지막 시리즈가 나온 지 22년 만이다. ‘코르토 말테제’를 이어 받은 작가는 두 명의 스페인 작가다. 『블락사드(Blacksad)』¹시리즈의 글 작가, 주앙 디아즈 까날레스(Juan Diaz Canales)와 그림 작가 루벤 펠레이로(Ruben Pelleiro)가 작업을 맡을 예정이다. 이태리 작가의 작품을 두 스페인 작가가 만들고(물론 유럽 만화 시장에서 국가 구분이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마는!), 올 10월경 출간될 이번 작품은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에서 동시 출간된다고 하니 전설의 귀환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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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패러디 물, 『수페르뒤퐁(Superdup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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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벨기에를 비롯한 유럽 출판 만화 시장에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거나 은퇴하여 더 이상 시리즈를 볼 수 없는, 일명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다시 제작되는 이야기가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근래에는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코르토 말테제』를 비롯하여, 벨기에 만화로 무려 1938년부터 시작된 시리즈 『티프 와 통뒤(Tif et Tondu)』도 프랑스 작가 블러치(Blutch)가 이어받아 올해 가을 컴백이 예정되어 있고, 1970년대 프랑스 코믹히어로 시리즈인 슈퍼맨 패러디 물 『수페르뒤퐁(Superdupont)』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 준 것은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프랑스-벨기에 만화 『아스테릭스(Astérix)』의 최근 성공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977년 『꼬마 니콜라(Le Petit Nicolas)』, 『루키 루크(Lucky Luke)』 그리고 『아스테릭스』를 만든 시나리오 작가 르네 고시니(René Goscinny)의 사망 이후 그림 작가 알베르우데르조(Albert Uderzo)는 최근까지도 『아스테릭스』시리즈를 계속 이어 갔지만 그도 마침내 은퇴하며 『아스테릭스』 시리즈는 장-이브 페리(Jean-Yves Ferri)와 디디에 콘나드(Didier Conrad) 콤비로 넘어갔다. 2013년 새로운 콤비가 발표한『아스테릭스』의 35번째 에피소드 『아스테릭스 픽트 족에서(Astérix chez les Pictes)』는 무려 2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프랑스에서만 220만부 이상, 전 세계적으로 약 500만부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유럽 만화 시장의 붐업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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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릭스 픽트 족에서(Astérix chez les Pictes)』

『아스테릭스 픽트 족에서(Astérix chez les Pic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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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의 참여 없이 순수하게 다른 작가들에 의해 재연된 시리즈 중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블렉과 모르티메(Blake et Mortimer)』를 꼽을 수 있다. 벨기에 작가 에드가 펠릭스 피에르 자콥스(Edgard Félix Pierre Jacobs, 줄여 Edgar P. Jacobs)는 1904년 생으로, 1946년 이 시리즈를 시작했고 1987년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시리즈는 계속 되었다. 그러나 2006년 정 번 암(Jean Van Hamme)과 테드 브노아(Ted Benoit)가 호흡을 맞춘 『프렁시즈 블렉 사건(L’Affaire Francis Blake)』편이 발표되기 전까지의 작품들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작가가 살아생전 남겼던 꽤 디테일 한 시나리오와 원고를 토대로 다른 작가가 작업한 결과물이었다. 『프렁시즈 블렉 사건(L’Affaire Francis Blake)』이 최초로 원작자 없이 재연된 작품으로 꼽힌다. 당시 60만부라는, 원작자의 판매 기록의 2배에 달하는 기록을 세우며 지금까지도(작년에도 작품이 발표되었다) 그의 화풍을 이어받은, 일명 ‘에르제(Hergé)’ 화풍이라 불리는 여러 작가들에 의해 시리즈가 이어져 오고 있다. 보통 유럽은 글/ 그림으로 나뉘어 평균 2명의 공동작업 체제가 흔한데, 같은 시리즈라도 편에 따라 작가진을 달리하며 이어간다. 『블렉과 모르티메』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는 족히 10명은 되며, 독특한 점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한 시리즈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만들어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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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렉과 모르티메(Blake et Mortimer)』(좌), 그리고 그 외전.

『블렉과 모르티메(Blake et Mortimer)』(좌), 그리고 그 외전.

『블렉과 모르티메』의 새로운 시리즈, 『프렁시즈 블렉 사건(L'Affaire Francis Blake)』

『블렉과 모르티메』의 새로운 시리즈, 『프렁시즈 블렉 사건(L’Affaire Francis B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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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1947년부터 이어진 프랑스-벨기에 웨스턴 시리즈 『루키 루크(Lucky Luke)』, 쟈크 막땅(Jacques Martin)의 대표작으로 194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험물 『알릭스(Alix)』의 경우도 원작자 이후의 작가들이 ‘원작자’로 분명히 분류될 만큼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데, 사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출판사들의 상업적 욕심 덕(?)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시리즈가 더 이상 제작되지 않으면 이미 나온 책들의 판매가 줄어들고 독자들에겐 잊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계속 만드는 것이 기존의 독자들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독자들을 유입시켜 판매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까(앞서 언급한 『블렉과 모르티메』의 경우에도 2006년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예전에 나온 작품들이 100만부나 판매되었었다). 더불어 명작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이어간다는 의미도 자연스럽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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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릭스(Alix)』그리고 『루키 루크(Lucky Luke)』

『알릭스(Alix)』그리고 『루키 루크(Luck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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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명 한명의 개성이 묻힐 수 있는 일명 ‘미국식’ 제작 방법을 개인적으로 지향하거나 선호하지는 않지만, 지난 세대의 유산임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 원작자가 이미 보여준 테마와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새 시대에 맞추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새로운 캐릭터들을 추가하고, 변주해 가며 명작의 생명을 잇는 것 또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일만큼 의미 있는 일 일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우리 만화의 훌륭한 명작들, 지금 읽어도 변함없이 재미있을 그 작품들을,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때는 너무 어려 보지 못했던 소중한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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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d6e8f0″ text_color=”#424242″]¹ 『블락사드』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꽤 유명한 시리즈로 2006년 앙굴렘 최고 시리즈 상을 비롯, 처음 작품이 발표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su_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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