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촉구 #06 올리비에 슈라우웬, 『아르센 슈라우웬Arsene Schrau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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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슈라우웬Arsene Schrauwen』, Olivier Schrauwen (2010)

『아르센 슈라우웬Arsene Schrauwen』, Olivier Schrauwen
(2010)

 

 

 

 

“흥미로운 작가가 위대한 작가가 되는 작품. 진정으로 깊이 있으면서 동시에 너무나 재밌고,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너무나 드문 작품이다.”

– Matt Seneca 《The Comics Journal》

 

 

 

올리비에 슈라우웬Olivier Schrauwen은 네덜란드어 권 벨기에(이하 플랑드르)에서 태어났다. 중편『내 아들My Boy』을 2006년 플랑드르의 대표 인디만화 출판사 ‘브리Bries’에서 출간하며 유럽 예술만화계의 주목을 모았고, 2010년 역시 브리에서 출간된 단편집『수염을 기른 남자The Man Who Grew His Beard / De man die zijn baard liet goeien』가 1년 뒤 미국의 대표 인디만화 출판사 판타그래픽스Fantagraphics에서도 출간되며 북미에 이름을 알렸다.

 

땡땡Tintin, 스피로Spirou같은 전 세계적 인기 만화 캐릭터나, 유럽 만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출판사 카스테르만Casterman, 뒤피Dupuis같은 메인스트림 뿐만 아니라 예술 만화의 대표 출판사 프레목Fremok, 제5의 레이어La Cinqueme Couche까지. 스스로 세계 만화의 중심이라 부르는 ‘프랑스어권 벨기에’와 비교해 플랑드르의 만화 시장은 작다. 그럼에도 ‘브리’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들이 만화사에 이름을 남겼다. 『카우보이 헹크Cowboy Henk』의 카마구카Kamagurka와 허 실Herr Seele 콤비의 예에서 보이는 것처럼, 독특한 비주얼과 내러티브, 혁신적인 만화 언어, 그리고 진한 블랙 유머가 그들의 특징이다.

 

『카우보이 헹크Cowboy Henk』, Kamagurka/ Herr Seele

『카우보이 헹크Cowboy Henk』, Kamagurka/ Herr Seele

 

 

슈라우웬의 첫 그래픽 노블, 『아르센 슈라우웬Arsene Schrauwen』은 훌륭한 플랑드르 인디만화의 계보를 잇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슈라우웬의 할아버지인 아르센 슈라우웬이 식민지에 가서 이름 하여 자유 동네Freedom Town 재건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지난한 여정을 거쳐 마을에 도착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삼촌의 딸과 첫눈에 사랑이 빠진다. 이게 전부다.

책을 펼치면, 고전 만화의 영향을 받은 슈라우웬만의 독특한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문장에서도 그의 그림처럼 낯선 리듬이 느껴진다. 네덜란드어가 모국어인 작가는 일부러 처음부터 영어로 작업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어로 썼다면 문장과 단어의 뉘앙스를 고민하느라 작업을 못했을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외국어 화자만의 독특한 글은 새롭고 초현실적인 식민지세계를 잘 나타낸다. 게다가 작품을 주의 깊게 읽다 보면 그림이 글을 그대로 옮겼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사가 곧 콘티라고? 만화의 금기 아닌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림과 글이 중복되거나 불필요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내러티브와 그림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이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낸다. 책의 앞뒤표지에는 작품의 주제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상징하는 이미지가 실려 있는데, ‘대놓고 드러냈다’는 표현이 적합할 이 이미지들 역시 작품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보다는 슈라우웬이 꾸며낸 초현실적 식민지, 그리고 거기 거주하는 조금 이상한 사람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형식의 하나로 느껴진다.

 

작품엔 계속 ‘식민지’라고만 언급되지만, 벨기에의 무자비한 콩고 식민지 통치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다. 유럽 인디만화의 특징 중 하나는 이 식민지, 식민지에서 온 이민자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다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판사 ‘프레목’을 세운 이반 알락베Yvan Alegbe와 같이 2, 3세대 콩고 이민자들은 주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슈라우웬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처녀작 『내 아들』에서도 콩고인을 이방인으로 보는 벨기에 인을 풍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르센 슈라우웬』은 식민지 이슈를 직설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식민지를 그저 판타지 속 원더랜드로 치부하며 식민지 사람들과 절대 관계를 맺지 않는 작품 인물들을 통해 식민지 이슈에 대한 벨기에 인들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특별한 재능의 첫 위대한 작품.”

– Tom Spurgeon, 《The Comics 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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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은 레이아웃과 독특하면서도 고전적인 그림, 참신한 문장. 그리고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만화이기에 가능한 작품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출간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이 작품이 2010년대 최고의 만화 중 하나가 될 거라 말한다. 동의한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만화적’이라 부른다. 이 작품이 꼭 한국에 발매되어 진정한 만화적 상상을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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