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PD의 BDDB] #13 소더비에서 만화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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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PD의 BDDB] #13 소더비에서 만화 구입하기

유럽에 부는 만화원화 경매 바람

 

바텀(Batem)의 『막수피라미(Marsupilami)』 시리즈 중 ‘막수피라미의 물놀이(La baignade de la Marsupilamie)’2014년 작, 12‚500 유로에 판매

바텀(Batem)의 『막수피라미(Marsupilami)』 시리즈 중 ‘막수피라미의 물놀이(La baignade de la Marsupilamie)’2014년 작, 12‚500 유로에 판매

 

 

근래 프랑스를 비롯 유럽 만화 원화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바로 ‘만화 경매’ 시장의 성장이다. 사실 만화 원화를 구입하고 수집하는 문화는 유럽에서 그리 어색한 문화가 아니지만, 굳이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규모가 이제 ‘소소한’ 정도를 넘어서는 상황에 왔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의 만화경매에서 287점의 원화가 3,889,500유로 아니, 이러면 감이 안 오니!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약 48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되었다. 소더비 경매 일주일 뒤, 역시 파리에서 열린 영국의 세계적인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s)는 무려 456점의 만화 원화를 선보이며 (이 역시도 만화 경매 사상 최고의 작품 수를 기록하며) 만화 경매 시장에 본격적인 붐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작은 20(Le Petit Vingtième)》은 《20세기(Le Vingtième Siècle)》라는 이름의 벨기에 신문에 추가로 발행되었던 주간지로, 에르제(Hergé)가 편집자로 있었던 잡지다. 1938년 작, 453,000 유로에 판매

《작은 20(Le Petit Vingtième)》은 《20세기(Le Vingtième Siècle)》라는 이름의 벨기에 신문에 추가로 발행되었던 주간지로, 에르제(Hergé)가 편집자로 있었던 잡지다. 1938년 작, 453,000 유로에 판매

 

 

만화 페스티벌 혹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거래되는 것이 아닌, 규모가 있는 ‘본격적인’ 만화 경매의 시작은 2012년 소더비가 시작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판매 성적은 그다지 주목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그러던 2014년 4월, 자타공인 예술 경매의 양대 산맥인 ‘소더비’에 이어 ‘크리스티’도 (이 두 회사가 전세계 예술품 경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8%에 달한다) 만화 경매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로부터 1년 후인지난 3월, 두 번째로 열린 ‘소더비’의 만화 경매에서 거래 사상 최고의 세계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이미 경매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 두 회사가 모두만화 경매를 시작했다는 점은 나름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그들은 여러 미술 경매품들 중 하나로 만화 원화를 거래하고 있는 것이 아닌, 만화 원화만을 거래하는 온전한 만화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그간 ‘제 9의 예술’이라고 불리었지만 실제로 그 가치를 타 예술 분야와 동등하게 인정받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늘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물론 한국보다야 사정은 낫다). 세계적 명성의 경매 업체모두가 만화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 예술적 가치를 이미 우리가 흔히 “예술”이라 인식하는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고, 만화 역시 예술역사의 하나로 인정하며 그 가치를 기꺼이 매겨보겠다(?)는 점에서 비단 수집가나 전문가들의 인식 변화를 넘어 대중들에게도 만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간 원화 판매로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던 건 명실상부 ‘유럽 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르제(Hergé. 본명 조르지 레미Georges Remi)’의 세계적 명작 『땡땡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이였다. 지난 번 칼럼에 이야기 했던- 작가의 사후에도 계속 되는 명작 시리즈 중 『땡땡의 모험』은 빠져있었다. 전세계 팬들이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지만(물론 작가가 그리고 그의 후손들이 원치 않아서 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그의 원작 가치가 더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간 기록의 갱신의 갱신을 거듭하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에르제의 작품이 올해 크리스티경매에서 예상 감정가의 겨우 1/2의 금액에 낙찰되는데 그쳤고, 경매장에 올라온 10점 모두 판매가 되지는 못한 ‘이변’이 발생했다.

반면에 현재 살아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작가 블러치(Blutch)나 시리즈 『막수피라미(Marsupilami)』의 벨기에 그림작가 바텀(Batem)의 2014년 작(作)이라는, 상당히 최근 그려진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감정가의 약 2~3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낙찰되었다. 이는 기존 만화 원화 판매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전반적인 양적 성장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태리 작가 휴고 프라트(Hugo Pratt)의 『코르토 말테제(Corto Maltese)』 시리즈 중‘켈트족(Les Celtitique)’편의 표지. 1980년 작, 315,000 유로에 판매

이태리 작가 휴고 프라트(Hugo Pratt)의 『코르토 말테제(Corto Maltese)』 시리즈 중‘켈트족(Les Celtitique)’편의 표지. 1980년 작, 315,000 유로에 판매

 

 

아직까지는 프랑스-벨기에 만화를 주축으로 한 유럽 만화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경매에 전세계 15개국이 넘는 나라의 수집가들이 프랑스를 찾았고 두 경매 회사 모두 겨우 두 번째 만화 경매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업체들은 만화 원화 시장을 새로운 시장이라 보고 있으며, 모두가 이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유럽을 넘어 영미권, 아시아로도 계속 확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만화의 이런 움직임을 보며 한국 만화도 100년 역사를 거치며 예술 전문가 혹은 대중들 사이에서 우리 만화의 예술성은 얼마나 인정받아 왔는지, 그들은 만화 역사에 대해 만화가 가진 가치에 합당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에게 이런 시대는 언제 즈음 올 수 있을까? 또한 종이책에서 웹툰으로 넘어온 한국 만화시장에서 과연 우리가 ‘원화’라고 부를 수 있는 그림이 있는지…. 한국에서 과연 이런 만화 원화경매 시장이 형성 될 수 있을지, 우리도 새로운 물결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지.

 

『블락사드(Blacksad)』의 스페인 그림 작가 후안호 구아르니도(Juanjo Guarnido)의‘뉴욕에서의 블락사드(Blacksad à New York)’ 2014년 작. 43,750 유로에 판매

『블락사드(Blacksad)』의 스페인 그림 작가 후안호 구아르니도(Juanjo Guarnido)의‘뉴욕에서의 블락사드(Blacksad à New York)’ 2014년 작. 43,750 유로에 판매

 

 

(※덧붙임: 2012년 ‘프랑소와 스꿔이턴(François Schuiten)’은 자신의 원화 중 꽤 많은 양을 박물관 및 도서관 등에 기증하면서, 작가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만화 원화가 원화 판매로 인해 변질되고 있다며(원화가 작가의 소유인 것은 물론 전제로 두되), 어느 특정인의 소유가 아닌 독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만화 원화 경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시선은 우선 다루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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