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PD의 BDDB] #14 프랑스만화의 변화 : 네온 제네시스 프렌치 “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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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heading size=”18″][미녀PD의 BDDB] #14 프랑스 만화가 변화하고 있다

NEON GENESIS FRENCH-MANGA [/su_heading] . .

『라스트맨(Lastman)』6권. 바스티앙 비베스 프로듀스, 발락이 글을, 미카엘 상라빌이 그림을 맡았다

『라스트맨(Lastman)』6권. 바스티앙 비베스 프로듀스, 발락이 글을, 미카엘 상라빌이 그림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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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프랑스에서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의 신작 『라스트맨(Lastman)』이 미메시스를 통해 국내 정식 출간되었다. 요즘의 프랑스 만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가이자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작가가 바로 그인데 이번 작품 『라스트맨』도 어김없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라스트맨』은 2013년부터 카스테르만(Casterman)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출간 이전에는 한국의 웹툰 연재 매체와 비슷한 포맷(일종의 디지털 만화 서비스 사이트라 할 수 있는)인 ‘델리툰(delitoon.com)’에서 무료로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도서로 총 6권이 발간, 오는 6월에 7권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작품은 총 3명의 젊은 프랑스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으로 비베스가 기획, 시나리오, 그림, 칼라 등 작품 전반적으로 참여하였고 ‘발락(Balak)’과 ‘미카엘 상라빌(Michaël Sanlaville)’이 글, 그림 파트로 나누어 작업한 협업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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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평소 유럽 만화가 다소 무겁고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에게는 읽기 쉬운 작품이 될 것이다(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이 작품이 얼마나 신선하게 느껴졌을는지!). 이 작품이 바로 ‘망가(Manga)’의 형식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흔히 ‘쇼낸(少年)’이라 불리는 일본식 소년 만화이기 때문이다. 단행본 후반마다 수록되어있는 작가의 제작 일지에서도 언급되지만(일종의 작가의 말을 독자에게 말을 걸 듯 글과 그림을 섞어 만화적으로(?) 풀어 삽입하는 것도 다분히 망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베스는 일본 만화 『나루토』를 보며 이 작품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영감을 얻었고 일본인 작가를 통해 일본 만화의 기법들에 대해 도움을 받고 숙지하였다고도 언급한다(이에 더해 작가는 기존 인터뷰 등에서 이 작품은 일본 망가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나 『왕좌의 게임』의 영향도 받았으며,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1980년~90년대의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 블록버스터 영화 등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커다란 맥락에서 이 작품은 ‘프랑스식 망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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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이렇게 불어권의 작가들(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이 망가 형식으로 그린 작품을 일컬어 ‘프랑스식 일본 만화’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는 Manga à la française, BD au style manga, Manga français 등 여러 표현으로 불리고 있고, 이를 줄여 ‘만프라(Manfra)’라고도 불리는데 아직 통일된 명칭은 없으나 의미적으로는 모두 ‘프랑스식 망가’라고 이해하면 된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만프라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기존에도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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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Jenny)의 『핑크 다이어리(Pink diary)』 『진홍색의 장미(La Rose écarlate)』

제니(Jenny)의 『핑크 다이어리(Pink diary)』 『진홍색 장미(La Rose écarlate)』

바니다(Vanyda)의 『발렁틴(Valentine)』 『드래곤의 해年(L'annee du dragon)』 이른바 '만프라' 스타일 작품들이다

바니다(Vanyda)의 『발렁틴(Valentine)』 『드래곤의 해年(L’annee du dragon)』 이른바 ‘만프라’ 스타일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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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세대인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 대부분의 작품들은 독하게 표현하자면 ‘어설프고 못 그린 일본 만화’ 같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기존의 작품들이 일본 만화를 흉내 내거나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쳤다면『라스트맨』은 온전히 ‘그들’의 것으로 소화했다고 보아도 될 만큼 조화롭고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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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라스트맨』도 초반에는 적응이 필요했다. 독자가 이 작품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작가도 일본 만화 스타일로 그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1권 정도까지는 어색하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국내에 1, 2권이 동시 출간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1권만 본 이는 2권을 사지 않았을 것 같으나. 1, 2권을 보았다면 3권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며 마침내 2015년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 시리즈 상(Prix de la série)’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2015년 앙굴렘 수상작들의 경향을 크게 나누어 보면 두 가지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사건으로 인한 이슬람 이슈, 나머지 하나가 바로 ‘망가’ 이슈이다. 2월자(#11)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작년 앙굴렘 페스티벌 대상은 페스티벌 역사 최초로 일본 작가인 『아키라』의 오토모 카츠히로가 수상하였고 ‘최고의 시리즈 상’으로는 오늘 이야기한 프랑스식 일본 만화 『라스트맨』이 그리고 프랑스 철도청(SNCF)이 수여하는 상에는 약 10여년부터 일본에 거주하며 일본과 관련한 만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프랑스 작가 ‘플로헝 샤보우에(Florent Chavouet)’가 그린 『시오구니의 소액권(Petites coupures à Shioguni)』이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프랑스가 일본 만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고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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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차례로 『Pixie』 『LanfeustQuest』 『Debaser』.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

좌측부터 차례로 『Pixie』 『LanfeustQuest』 『Debaser』.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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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만화의 이런 움직임은 어떤 면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된다. 프랑스식 망가를 그리는 작가 대부분 1970년 후반에서 80년대 출생의 젊은 작가들이다. 그들도 우리가 한 때 밀려드는 일본문화,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그들 역시 프랑스에 일본 만화가 소개되어 본격적인 상승세에 돌입하는 지난 20여 년간 일본 소년, 소녀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접하며 자라온 세대인 것이다. 새로운 세대들이 망가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프랑스 만화 스타일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 할 수 있고, 부정적으로만 볼 시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일본 만화의 영향으로 한국 만화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듯한 경향을 보였었으나, 웹툰이라는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면서 망가와는 분명 또 다른 스타일을 창조하였고 그로 인해 다시 많은 국내 독자들이 한국 만화로 돌아왔듯이, 『라스트맨』도 단순히 일본 망가를 표방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크고 앞으로 이런 젊은 작가들의 시도가 침체된 지금의 프랑스 만화 출판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멀리는 아시아와 유럽 만화의 장벽을 낮추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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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백: [미녀PD의 BDDB] #21 2015년 최고의 프랑스 만화는? |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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