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촉구 #07 케빈 캘러허, 『Daggers Drawn』(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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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ggers Drawn』,  케빈 캘러허(Kevin Kallaugher; Kal), 2013, USA

『Daggers Drawn』, 케빈 캘러허(Kevin Kallaugher; Kal), 2013, USA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커버스토리에 앞서 ‘이 주의 세계(The world this week)’ 섹션으로 기사를 시작한다. 세계의 정치경제를 단 두 페이지로 정리하는 이 섹션은 늘 만평으로 끝을 맺는다. 올해로 37년째 매주 만평을 그리고 있는 주인공은 칼(KAL)이라는 필명을 Tm는 시사만화가 케빈 캘러허(Kevin Kallaugher, 1955). 오늘 소개하는 『Daggers Drawn(그려낸 단검)』은 칼의 이코노미스트 작업 35주년을 기념해 그의 4천점의 만평들 중 엄선한 작품을 엮은 기념비적인 작품집이다.

 

 

세기의 캐리커쳐리스트” – 세계만화백과사전(1999)

이야기는 칼과 《이코노미스트》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며 농구팀 선수이자 코치로 뛰고 있던 칼은 팀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트라팔가 광장에서 캐리커쳐 일을 시작한다. 이후 만화가 일자리를 찾아 언론사들을 찾아다니던 1978년 3월 《이코노미스트》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은 《이코노미스트》에게도 창간 135년 역사상 첫 상근 시사만화가의 탄생이기도 했다.

칼의 캐리커쳐는 당대의 인물들을 소재로 삼았다. 지도자, 종교인, 기업가, 금융인 등 전세계 리더들이 주목하는 인물이라면 예외없이 칼의 펜끝에서 춤을 추어야 했다. 캐리커쳐라고해서 만만히 볼일이 아니다. 마가렛 대처(영국), 로널드 레이건(미국), 미하일 고르바초프(소련), 덩샤오핑(중국) 등 세기의 거물들의 행보를 매주 하나의 메시지로 압축한다는 것은 웬만한 공부 없이는 감히 펜도 들 수 없는 고난이도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축적된 시간이 무려 37년이다. 칼은 소련이 해체되고, EU가 탄생하고, 중국이 등장하는 모든 순간을 만평으로 담아냈다.

 

실제 작업일정도 가히 살인적이다. 매주 월요일 만평 안(案) 회의, 화요일 결정, 이후 24시간 작화 일정이 기본이다. 여기에 잡지 커버작업이 추가 되거나 이슈 특성상 지역별로 커버가 달리 간다면 작업은 칼의 표현처럼 그야말로 ‘놀라운 춤(Amazing dance)’의 경지에 이르고 만다. 전 편집장인 존 미클스웨이트(John Micklethwait)는『Daggers Drawn』 추천사에서  “칼의 만평은 포인트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무엇보다 농담이 있다” 고 그의 탁월함을 평했다.

 

 

칼의 만평에 단골손님인 ‘미국 양대 정당’과 ‘경기부양책’

칼의 만평에 단골손님인 ‘미국 양대 정당’과 ‘경기부양책’

 

 

상징과 은유로쉽게 더 쉽게

칼은 캐리커쳐 주인공들을 이해 불가한 현실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슬쩍 옮겨온다. 지도자들의 정치게임을 말 그대로 게임으로 그리는 것은 그의 주특기. 각국 지도자의 힘겨루기는 게임 양상에 따라 시소, 탁구, 야구, 올림픽 등으로 재치 있게 치환된다. 선거는 그 중에서도 가장 레서피가 다양한 단골메뉴. 칼은 금융위기나 건강 복지 개혁 같은 복잡한 이슈도 검진, 붕대, 수술 등 질환의 경중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대상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국가나 정당과같은 집합체인 경우에는 과감히상징을 이용한다. 최다 출연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징인 당나귀와 코끼리들이다.  그들은 미국 뉴스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며 양당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패권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용의 모습으로 등장해 신인배우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그밖에도 그리스를 상징하는 올림푸스 동상들과 강했던(?) 미국의 상징인 어벤져스 히어로들도 까메오로 출연해 즐거움을 준다.

어려운 경제이슈를 설명할 때면 친근한 사물들도 동원된다. 과열된 경기를 주전자로 표현하기도 하고 정부가 내놓는 각종 경기 부양책들을 비행기나 풍선기구로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IMF, 금융위기 등 반복되는 경제위기에 내공이 축적된 칼은 부양책조차 비행기(1995년), 풍선기구(2008년), 낙하산(2010년) 등으로 등급을 매겨 느긋하게 풍자할 정도이다.

 

 

외환위기(1997)와 금융위기(2008)를 풍자한 칼의 역대 최고 만평.

외환위기(1997)와 금융위기(2008)를 풍자한 칼의 역대 최고 만평.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겨누다

칼을 위대한 시사만화가로 만든 것은 그의 시선이 거물들에 머무르지 않고 배후의 시스템까지 관통하는 데 있다. 그는 월 가, 금융위기, 오일쇼크, 중동 분쟁, 지구온난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토리의 본체를 폭로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특히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전이를 다룬 커버 만평(A week on the wild side)과 실제 보드게임으로까지 만든 2008년 금융위기 보드게임(Credit crunch) 등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든다. 그의 만평은 글, 사진, 인포그래픽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거대한 풍경을 포착해 낸다. 세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 없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반은언론인, 반은아티스트인 칼은 제대로 풍자하기위해 미디어를 즐겁게 활용한다. 자신의 만화를 이코노미스트 잡지 지면에만 가둬두지 않고 보드게임, 캘린더, 애니메이션 등독자와 만날 수있는 모든 미디어로 변형 확장시킨다. 사실『Daggers Drawn』의 탄생도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코노미스트와의 35년 인연을 기념하고 싶었던 칼은 소셜 투자 방식으로 작품집을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com)’에자신의프로젝트를소개한다. 목표금액은 2만달러, 하지만 30일 후 모금된 총액은 목표의 다섯배인 10만 달러에 달했다.  1,462명의 지지를 등에 업은 칼은 더 크고 화려한『Daggers Drawn』을 만들게 됐다.

최근의 칼은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에 발맞춰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칼은 어떻게 하면 짧은 동영상으로 세계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직관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Daggers Drawn』은 그런 칼이 걸어온 35년의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실험들이 담겨있는 그야말로 보물상자 같은 책이다. 책 표지에서 칼이 펜을 겨누고 있는 35명의 인물들을 본지에서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도 또 다른 작은 즐거움이다. 이런 대작을 한국어로 만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축복일 테다. Kaltoon Forever!!

 

 

그가 만든 보드 게임. 'CREDIT CRUNCH'(신용 규제).

그가 만든 보드 게임. ‘CREDIT CRUNCH'(신용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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