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해도 괜찮아 #15 『모아세(모두가 아름다워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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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세(모두가 아름다워진 세상)』 슈크림 지음, 코미코(comico.toast.com) 화요웹툰 1부 프롤로그+후기 포함 20화, 2부 0화 포함 16화 진행 중/ 회차당 3코인(소장), 5포인트(열람)

『모아세(모두가 아름다워진 세상)』 슈크림 지음, 코미코(comico.toast.com) 화요웹툰
1부 프롤로그+후기 포함 20화, 2부 0화 포함 16화 진행 중/ 회차당 3코인(소장), 5포인트(열람)

 

 

“난 너처럼 예쁘면 뭐든 해결될 줄만 알았는데 네 얘기 듣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바라고 갈망하던 것들이 ‘타인’이라는 처음부터 잘못된 명제에서 출발했던 건 아닌가.

…근데…, 잘 모르겠어. 우리는 평가받는 것에만 익숙한데. 평가받지 않으면 불안한데.”

 

『모두가 아름다워진 세상』 첫 번째 에피소드, ‘Midnight Circus’ 중에서

 

 

 

완벽한 비율에 미끈하게 뻗은 다리와 풀메이크업과 무대의상으로 치장한 연예인들을 보며 우리는 열광한다. “미친 미모” 라느니 “여신” 같은 수식어를 붙여가면서. 그들의 완벽한 모습에 우리는 무한한 동경을 가진다. 나도 노력해서 저런 몸매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아무리 해도 저렇겐 안 되겠지, 좌절하기도 한다. 신은 이미 가진 자에게 두 개도 세 개도 준다는 농담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면에 혹은 외면에 저마다의 미를 지니고 살아가지만, 자신보다 한층 아름다운, 한층 똑똑한, 한층 능력 있는 사람을 보며 나의 미를 초라한 것으로 여긴다. 『모아세』는 무던히 길을 가다 모르는 남자에게 “저 다리로 잘도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네.”란 언어폭력을 당하는 일도, 왜소한 어깨 때문에 소개팅에서 재차 거절당하는 사람도 없는 세상을 그린다.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아름다워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외모로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갈까. 아니면…?

 

『모아세』는 ‘NNB’라 불리는 나노 성형로봇이 개발, 상용화에 성공해 저렴한 가격으로 모두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서기 2018년 근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총 네 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될 예정이다. nnb 상용화를 발표하기 반 년 전을 그린 첫 번째 에피소드 ‘미드나잇 서커스’ 편에서는 일란성 쌍둥이, ‘이아름’과 ‘이다운’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새학기에 필사적으로 반 아이들과 무난하게 어우러질 수 있게 무리해서 밝게 행동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정리한 노트를 친구들에게 선뜻 빌려주며,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고 거짓말하는 다운은 못생겼다. 객관적으로 ‘못생겼다’고 할 외모는 아니지만, 그의 쌍둥이 자매인 아름의 완벽한 미모에 비해 초라한 자기 얼굴에 자격지심을 가진다.

다운이 보는 아름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고, 자연스럽게 반의 중심이 되며 애쓰지 않아도 모두가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다.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다운, 그런 다운을 흘깃 보며 무시해버리는 아름. 아름과 선을 긋기 위해 다운은 이름을 ‘다은’으로 개명하기 위해 애쓴다. 아름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화제의 중심으로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마냥 행복한 건 아니다. 친구가 짝사랑하는 남자애가 아름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그 분노를 아름에게 “꼬리친다”고 말하는 순간, 그 공간에 돌던 정적. 아름을 향한 무언의 질책.

그리고 NNB가 개발되었고, 모두가 예뻐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간다. 미성년자이기에 아직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제 곧 nnb 쓰면 똑같이 예쁘고 잘생겨질 텐데…’라며 “원래 예뻤던” 아이들에게 본인들이 해왔던 특별한 친절, 호의를 거두기 시작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 ‘인어공주는 누구인가’는 이전 에피소드에서 약 2-3년이 지난 시점이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명덕’은 입대 전에 nnb를 맞기 위해 상담했지만,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맞지 못했다. nnb는 맞은 이후 천천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기 때문에 미리 맞아 뒀어야 했지만. 어쨌든 다시 세상으로 나온 그는 말 그대로 모두가 아름다워진 세상에서 혼자 평범(?)한 얼굴을 한 채로 집으로 향한다. 모든 것이 입대 전과 달라진 세상에 나온 그는 학교에 복학하고, 미남미녀만 바글바글한 캠퍼스로 발을 내딛는다. 그 속에서 ‘못생긴’ 자신의 얼굴에 반해 접근하는 미녀가 등장하고, 뜻밖의 호의에 설레는 것도 잠시 씁쓸한 이유를 친구로부터 전해 듣는다. ‘아직 튜닝(?)전의 얼굴의 이성을 만나 내 입맛에 맞는 얼굴로 바꾸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모아세 06

 

 

『모아세』는 아름다운 사람이 즐비한 거리를 화사하게 그리면서, 결코 변하지 않을 사람들의 심리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nnb가 나오기 전, 아름다운 사람에게 베풀던 친절은 순식간에 질시와 모함으로 변해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고, 범인들은 미인을 제 편할 대로 생각하며 쥐고 흔들었다. 그리고 모두의 미가 공평해지는 세상이 오자, 사람들은 재빨리 그것을 대체할 ‘차별점’을 찾아 나선다. 원래부터 아름다웠던 ‘오리지널’을 칭송하면서도 그건 혐오스러운 ‘외모차별’이라고 한다. nnb가 신체비율까지 바꾸는 게 힘들자 정형외과에서 다리를 부러뜨려 키를 늘리는 시술이 성행한다. 누군가는 우위에 서고 나머지는 그 밑에 있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맨 밑’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끊임없이 타인으로부터의 평가로 자신을 판단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니까. 타인의 시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성형 나노봇이라는 가상의 장치를 던져 혁신적으로 뒤바뀐 세상을 보여주지만 『모아세』는 결국 제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해도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꼬집는다. 외모는 껍데기 한 장일 뿐이다. 그것이 사람에게 폭언을 하고, 소용없는 친절을 베푼 뒤 보답이 없으면 무례하게 굴 수 있는 기준이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슬그머니,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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