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MAN #11『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0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  감독 피트 닥터, 2015년 개봉, 102분, 픽사, 미국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 감독 피트 닥터, 2015년 개봉, 102분, 픽사, 미국

 

 

 

내성적으로 변해가는 성장기 소녀의 다섯 감정 실타래

생애 첫 이사, 미국 중부 미네소타에서 서쪽 끝 샌프란시스코까지 약 2천마일(약3,200km)을 달려온11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새집은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하고 동네 피자는 혐오하는 브로콜리 일색. 친구 하나 없는 낯선 동네에서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본부는 분주하다. 소심이(Fear)와 까칠이(Disgust)가 상황을 분석하고 소신을 피력하면 행동대장 버럭이(Anger)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테이블을 내려친다. 중간에서 리더인 기쁨이(Joy)가 기지를 발휘하며 중재에 나서고, 한 걸음 뒤에서 슬픔이(Sadness)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주체할 수 없는 우울함에 주변을 파랗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키 선수였던 씩씩한 라일리는 점점 내성적인 아이로 변하기 시작한다.

올해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픽사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2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3D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성장기 소녀의 감정본부’를 파헤친다. 출발은 심플했다. 피트 닥터 감독은 내성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십대 초반의 딸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2009년에 작품을 기획하고 폴 에크만 등 저명한 심리학자의 자문을 통해 마음을 관장하는 다섯 감정을 발견한다. 이후 5년 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스토리 개발부터 작업 구석구석에 여성적인 디테일이 필요하기도 했다. 결과론적이지만 픽사 역대 흥행 1위가 『토이스토리 3』가 소년 취향을, 2위인 『인사이드 아웃』은 소녀 감성을 각각 저격한 셈이 되었다.

 

다섯 가지 색깔로 빛나는 라일리의 기억구슬

다섯 가지 색깔로 빛나는 라일리의 기억구슬

 

니모의 바다보다 깊고, 월E의 우주보다 광대한 ‘마음 지도’

라일리 머릿속 감정 본부는 모든 기억에 고유의 색을 부여한다. 감정 선택에 따라 기억 구슬은 노랑(기쁨), 파랑(슬픔), 빨강(분노), 보라(두려움), 녹색(혐오) 중 하나의 색깔이 입혀지고, 그 중에서도 중추적인 핵심기억은 가족섬, 우정섬, 엉뚱섬과 같은 하나의 세계를 생성하고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라일리를 행복한 아이로 만들고 싶어 하는 기쁨이는 특히나 핵심기억에 집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슬픔이가 핵심기억 하나를 파란색으로 물들이게 되고 이를 회수하려던 기쁨이는 슬픔이와 함께 본부 밖으로 튕겨 날아가 버리고 만다.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만 남은 감정 본부는 부모를 포함한 모든 관계에 트러블을 만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라일리가 가출을 선택하게 내몰고 만다.

본부 밖 마음의 세계는 광활하고 유기적이다. 기억 구슬이 분류되고 저장되고 소각되는 전 과정이 자동화된 프로세스로 작동될 정도이다(제작진은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계란분류장치를 견학했다고 한다). 본부에 수집된 하루 분량의 단기기억은 매일 밤 장기기억 저장소로 이동한다. 오래되어 빛을 잃은 기억들은 기억 쓰레기장으로 버려지고 수명을 다한 기억은 마지막 재생 후에 소멸한다. 라일리가 잠들면 꿈 공장이 영상을 제작하고, 기억 외에도 생각을 돕는 상상의 나라, 추상화 기계, 무의식의 감옥 등이 촘촘히 엮여 제 기능을 수행한다. 메이킹 필름 『마음 지도 그리기(Mapping the Mind)』에서 제작진은 라일리 마음 속 세계를 묘사하는 작업은‘『니모를 찾아서』의 바다보다 깊고, 『월E』의 우주보다 광대한 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고 술회한다.

본부로 돌아가는 긴 여정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은 ‘빙봉’과의 재회. 코끼리 얼굴에 솜사탕과 돌고래 몸이 합쳐진 모습의 빙봉은 유년시절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다. 본부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하는 빙봉은 라일리와 함께 불렀던 유년시절의 노래를 추진체로 삼아 기쁨이와 슬픔이에게 가까스로 돌파구를 열어준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빙봉은 라일리와 재회하지 못한다. 마치 관객이 잃어버린 상상력과 재회하지만 그것을 극장 밖으로는 가져갈 수 없듯이. 마지막에 빙봉은 말한다. “나 대신 라일리를 달나라에 데려가 줘.”

 

라일리의 마음 지도

라일리의 마음 지도

 

“슬픔은 재회”

결국 기쁨이와 슬픔이는 본부로 무사 귀환한다. 슬픔이 있었기에 비로소 기쁨의 순간을 맞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기쁨이는 결국 슬픔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슬픔이에게 핵심기억을 맡긴다. 미네소타의 즐거운 핵심기억들이 모두 슬픔으로 바뀌는 순간라일리는 부모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카메라는 라일리가 성장통을 관통하는 그 순간을 천천히 그 무엇보다도 다정다감하게 담아낸다.

자문에 참여했던 심리학자 다커 켈트너는 “슬픔은 재회”라고 말했다. 그는 슬픔에는 관계를 강화하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을 간파한 네티즌은 네이버 영화평가에서 “기쁨이의 머리색이 파란색인 이유”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라일리의 슬픔은 필자에게도 잃어버린 감정과 기억과 재회할 기회를 선사했다. 다만 반가운 재회 속에서도 몇몇은 나이가 들어 색이 바랬고, 몇몇은 너무 작아져 한참을 바라봐야 했던 점이 서글프긴 했다. 하지만 그 짧은 재회로 잊고 있던 무언가가 되살아나는 듯 했다면, 과장일까? 아이와 함께 보고 어른이 감동받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가깝고도 먼 마음의 세계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연히 외면했던 슬픔을 만난다면 다정히 안아줄 수 있기를.

 

라일리와 가족(좌), 슬픔을 받아들이는 기쁨이(우)

라일리와 가족(좌), 슬픔을 받아들이는 기쁨이(우)

 

 

 

 

 

 

공유하기

필진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