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PD의 BDDB] #22 제 43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작 이모저모 | 에이코믹스

[미녀PD의 BDDB] #22 제 43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작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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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만화계 대축제! 제43회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 d’Angoulême)이 지난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렸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2016년 영예의 수상작들이 발표되었다. 올 한 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그 작품들을 지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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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 43회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대상 수상자, ‘에르만’의 작품들

작년 오토모 카츠히로가 수상했던 대상(Grand Prix)은 1938년 생 벨기에 작가 에르만(Hermann, 본명 Hermann Huppen)이 수상했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지만 『예레미야(Jeremiah)』시리즈, 『보와-무휘의 탑들(Les Tours de Bois-Maury)』시리즈와 『우리가 윌 빌을 죽였다(On a tué Will Bill)』, 『보름달의 밤(Une nuit de pleine lune)』 등 데뷔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그가 작업에 참여한 단행본 수만도 족히 100권은 넘는다!) 벨기에 만화계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위) 43회 페스티벌 동안 단 한 명의 여자 작가만 대상을 수상했다는 여성의 말에 크게 자각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자들  (아래) 앙굴렘 페스티벌 대표 캐릭터를 변형하여 남자들만의 페스티벌이라 희화화한 그림

(위) 43회 페스티벌 동안 단 한 명의 여자 작가만 대상을 수상했다는 여성의 말에 크게 자각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자들
(아래) 앙굴렘 페스티벌 대표 캐릭터를 변형하여 남자들만의 페스티벌이라 희화화한 그림

사실 올해 1월 초, 2016년 대상 후보작 선정을 둘러싼 진통이 있었다. 대상 후보자 약 30인 리스트 중 여성작가가 전무했던 것이다. 그동안의 차별을 참다 참다 뿔이 난 여성 작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43회나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동안 여성 작가가 진정으로 대상을 받았다 인정되는 것은 2000년 한번 뿐이니. 심지어 올해는 대상 후보 작가 명단에 전 세계 여성 만화가 그 누구의 이름도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류 작가들뿐만 아니라 후보작에 오른 많은 남성 작가들도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런 성차별에 대항, 후보자 결과에 반발하며 후보 자리 양보, 투표 거부 등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6 제 43회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수상작들

2016 제 43회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수상작들. 이미지 출처 : http://www.bdangouleme.com/

그 외 본상들의 경우에는 한결 너그러운(?) 편으로 보인다. 작년에 프랑스 작가들이 대거 수상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 독일, 이태리, 캐나다, 브라질까지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의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안타깝게도 올해도 한국 작품은 볼 수가 없었지만). 보이콧 사태를 의식해서는 아니겠지만(?) ‘시리즈 상(Prix de la Série)’에 미국 여류작가 G. 윌로우 윌슨(G. Willow Wilson)과 캐나다 작가 애드리언 알포나(Adrian Alphona)의 『미즈. 마블(Ms. Marvel)』이 선정되며 윌슨은 2016년 앙굴렘 페스티벌 유일한 여성 수상 작가가 되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글 작가로 상을 받은 그녀의 수상은 겨우 반쪽짜리 영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고의 앨범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리차드 맥과이어(Richard McGuire)의 『여기(Ici, 원제: Here)』

최고의 앨범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리차드 맥과이어(Richard McGuire)의 『여기(Ici, 원제: Here)』

모두가 주목하는 ‘최고의 앨범상(Prix du Meilleur Album)’은 미국 작가 리차드 맥과이어(Richard McGuire)의 『여기(Ici, 원제: Here)』가 차지했다. 일러스트 작가이기도 한 그의 커리어에 걸맞게 일러스트와 만화의 경계에 있는 듯 독특한 표현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 즉 왼쪽 벽에는 창이 오른쪽 벽에는 벽난로가 있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거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 공간이 겪었을 과거, 그리고 아마도 겪을 미래의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작품으로 다방면으로 꽤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지들은 마치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놓은 창들처럼 심플하고 때로는 창과 창이 겹치기도 하는데 이는 흡사 어느 한 때, 그 공간의 상황이 궁금하여 마우스로 시간의 창을 끌어와 현실 위에 얹어놓은 듯한 이미지를 준다. 사실 맥과이어는 1989년에 매킨토시 모니터의 창들을 보며 영감을 받아 단 6페이지로 된 흑백의 동명 만화를 그려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이 창간하여 유명한 잡지 《로(Raw)》에 이 작품의 시초가 되는 작품을 실었었다. 짧았지만 인상적인 이 단편을 본 유명 작가 크리스 웨어(Chris Ware)는 후에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이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독자상 수상작은 에티엔 다보도/ 브노와 콜롬바트의 『친애하는 우리의 유년시절의 조국(Cher pays de notre enfance)』

독자상 수상작은 에티엔 다보도/ 브노와 콜롬바트의 『친애하는 우리의 유년시절의 조국(Cher pays de notre enfance)』

‘독자상(Prix du Public)’은 바로 전 회에 언급했던 프랑스 작가 에티엔 다보도(Étienne Davodeau)(#21 참고)와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사 프랑스 앙테르(France Inter)의 기자 브노와 콜롬바트(Benoît Collombat)가 실제 미해결된 1975년 프랑소와 허노드(François Renaud) 암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작품 『친애하는 우리의 유년시절의 조국(Cher pays de notre enfance)』이 선정되었다. 프랑스에서 꾸준히 이 미제 사건을 다룬 영화, 만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져 왔던 만큼 이 작품 역시 발표 직후 대중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청소년 상을 수상한 작가, 반자망 헤네르의 『인도해야 할 아기(Un bébé à livrer)』

청소년 상을 수상한 작가, 반자망 헤네르의 『인도해야 할 아기(Un bébé à livrer)』

마지막으로 앞으로 주목할 만한 프랑스 작가로는 ‘청소년 상(Prix Jeunesse)’을 수상한 1983년생 젊은 작가 반자망 헤네르(Benjamin Renner)를 꼽을 수 있겠다. 헤네르는 졸업과 동시에 장,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만화로는 2011년 『인도해야 할 아기(Un bébé à livrer)』에 이어 이번 작품 『아주 심술궂은 여우(Le Grand Méchant Renard)』로 앙굴렘 수상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 유통사 프낙(Fnac)이 선정한 2016 올해의 만화상도 수상하면서 그의 만화가로서의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동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 두각을 나타내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재밌는 동물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사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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