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MAN #02 『듀라라라!!』(2010) 이야기 퍼즐을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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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라라!!>. 실제 (정신 나간) 등장인물은 훨씬 더 많다.

 

한 번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기 힘든 것들이 있다. 트위터나 맥주, 모두의 마블, 수다 등 세상에 셀 수 없이 많다. 퍼즐도 그중 하나다. 하나, 둘, 조각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끝까지 맞춰보겠다고 낑낑대며 애쓰는 자신을 만나곤 한다. 더군다나 남은 조각이 ‘웃는’ 얼굴인지 ‘우는’ 얼굴인지를 가르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듀라라라!!>는 나리타 료우고가 쓴 동명의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2010년 1월부터 6월까지 24화, DVD특전까지 더해 총 26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시골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평화롭고, 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학생 류가미네 미카도는 한가한 자신의 삶에 ‘비일상’을 꿈꾼다. 그러던 중 전학 간 친구 키다 마사오미가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권해 상경하게 된다. 도쿄의 학교에서 소노하라 앙리란 여학생을 만나고, 키다와 함께 실종된 그녀의 친구를 찾으며 셋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여기까지만 있었다면 평범한 학원물이었을 텐데 추가된 게 있다. 이들이 거주하는 이케부쿠로 일대에서 폭력을 일삼는 ‘컬러갱’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라즈’라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베는 살인마가 활보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목이 없는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목을 찾기도 한다. 미카도가 상경하며 꿈꾼 ‘비일상’이 이케부쿠로에 원 없이 흩뿌려져 있으니 역시 주인공할 맛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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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케부쿠로 거리가 사실적으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의 초반 전개는 굉장히 산만하다. 20여 분의 러닝타임에 이케부쿠로의 정보를 파는 사람, 목에 흉터가 있는 여자, 초밥을 파는 러시아인, 속내를 알 수 없는 오타쿠들, 이케부쿠로 최강의 사나이, 목 없는 라이더 등 오프닝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거의 빠짐없이 주인공 미카도에게 소개한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등장인물이 돌아가며 주인공을 맡는 군상극 형식까지 취하고 있다. 1화에서는 미카도가 키다에게 이케부쿠로를 소개 받는 내용이고, 2화에서는 1화에 잠깐 등장한 여학생이 아빠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덕분에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진행되지 않고 다양한 인물의 서술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나열되는 바람에 작품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종잡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멘붕이다. 하지만 이렇게 산재된 이야기를 점차 <듀라라라!!>라는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 엮어내는 전개야말로 이 작품을 보는 이유이다.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거짓말 같이 하나로 이어진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맞춰가는 퍼즐의 재미다.

 

중요한 정보가 나온

채팅방에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좋은 세 사람.

 

반복적으로 나오는 채팅방도 우리에게 주어진 퍼즐 조각이다. 각자 다나카 타로, 칸라, 세튼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세 명의 인물이 채팅을 통해 <듀라라라!!>의 중요한 요소인 ‘목 없는 라이더’, ‘살인마’, ‘다라즈’에 관한 정보를 보여준다. 세 사람의 정체를 추리해 내는 것도 이야기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이런 세심한 연출을 살리기 위해 각 화 마다 채팅방의 대화를 읽어주는 성우의 목소리가 달라진다. 한 명의 성우가 세 사람의 대화를 모두 연기했던 것이, 힌트가 모일 때 마다 특정 인물의 성우로 바뀌어 간다. 세 사람의 정체를 모두 알게 되면 지나간 채팅방의 대화까지도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하나씩 모은 퍼즐조각들은 마침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목 없는 라이더가 찾는 목의 행방을 알게 되며, 살인마와 다라즈의 정체도 밝혀진다. 기괴한 인물들의 설정에 비해 다 맞춘 이야기의 퍼즐은 잡은 물고기엔 흥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생각보다는 평범하다. 하지만 거대하고 복잡한 이 세상도 수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듯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재밌는 게 삶이라는 생각도 든다. 류가미네 미카도가 처음 상경했을 때 혼란 속에서도 작은 이야기의 퍼즐 조각들을 찾았듯이, 세상이라는 커다란 판의 작은 퍼즐조각 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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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듀라라라!! 처음 애니를 보았을땐 그림체, 점점 보면볼수록 추리를 하게되면서 빠져들게 만들었던 애니.
    처음으로 일본에 가는 친구에게 블루레이를 부탁했을 정도로 재미있던 애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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